출판과 선거는 어떤 함수관계를 지닐까.

미출판계가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달아오르고 있는 현실을 감안
하면 적어도 미국의 경우는 공생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책대결이 중요시되는 선거문화의 특성상 미국에서는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언론매체보다 후보자 개인의 출판물을 통한 정책대결을 선호한다.

이같은 현상은 1차적인 정보를 가공과정을 거쳐 전달하게 되는 언론매체의
속성 때문.

퍼블리셔스위클리 최근호는 미국 출판계가 선거특수를 잔뜩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의 유력한 대권후보 깅리치하원의장과 대통령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힌 콜린 파월전합참의장이 지난해 중반부터 벌이고 있는 출판대결
이 대단한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깅리치와 하퍼콜린스,콜린 파월과 랜덤하우스가 팀을 이뤄 펼치는
베스트셀러 경쟁은 이들에 대한 지지도 상승과 출판사 수익증대라는 이중
효과를 내고 있다.

이를 계기로 미출판계는 선거특수가 작용하는 올해 도서판매고가 예년에
비해 적어도 25%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정치관련서 출판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선거를 앞둔 대권지망자들의 직접적인 출판물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아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충고"(사이먼&슈스터간)
의 출간을 앞두고 대대적인 출판기념투어를 계획하는등 클린턴대통령의
재선지원 활동을 준비중이다.

또 댄 퀘일전부통령도 심리학자 다이앤 메드베드와 함께 저술한 "미국의
가정-그 소중한 가치"(하퍼콜린스.존더반간) 출간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특유의 보수주의를 주창하며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 태세다.

전하원대변인 짐 라이트 역시 "힘의 균형-메카시부터 깅리치에 이르는
시대의 의회와 대통령"을 출간할 예정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클린턴대통령의 최측근 전략가로 꼽히는 제임스
카빌도 다음달 "We"re Right They"re Wrong"을 출판, 민주당 정강정책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클린턴대통령의 재선을 향한 본격적인 지원활동에 들어
간다.

이와함께 또다른 관심을 모으는 것은 저명한 르포작가가 예비선거전 상황을
분석해 펴낼 출판물들.

워터 게이터사건 특종으로 일약 세계적인 언론인이 된 워싱턴포스트지의
밥 우드워드기자의 "선거전"(사이먼&슈스터간)은 벌써부터 최고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태다.

우드워드는 이책을 통해 선거전에 뛰어든 인물들의 면면과 그들이 선거전에
참여한 이유, 선거전 방식등을 차례로 파헤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저명한 경제학자 갤브레이스교수도 "좋은 사회"(휴스턴 미플린간)를
통해 경제및 군사.외교정책에 대한 현안을 분석, 정리할 계획이다.

선거때만 되면 일관된 정책이나 정견없이 겉모양만 화려한 출판물 1~2권을
내놓고 이름 알리기에 급급한 우리의 정치현실과는 사뭇 대조되는 대목이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