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시장은 지속적으로 팽창할 것인가.

적어도 세계항공산업의 양대산맥인 미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의 관점은
낙관적이다.

20세기를 이끌어온 수많은 산업이 사양길에 들 것이라는 일반적 예측에도
불구하고 항공산업은 지속적인 호황을 누리리라는 것.

보잉사와 에어버스사의 사활을 건 첨단항공기 개발경쟁은 이같은 전망을
재확인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세대항공기 보잉777의 개발과정을 입체적으로 추적한
"21세기 항공기-보잉777, 그 개발과 판매전략"(칼 사바저 스크리브너간
25달러 원제: TWENTY-FIRST-CENTURY JET)이 미국에서 출간돼 화제다.

영국의 TV다큐멘터리 프로듀서가 펴낸 이책은 폐쇄적이기로 소문난 보잉사
의 허가를 받아 제작과정을 추적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자체중량만 140t에 달하는 보잉777은 크기면에서 기존의 보잉737 757 767을
훨씬 능가한다.

저자가 바라보는 보잉777 제작의 핵심은 컴퓨터에 의한 전체공정제어와
여러 제작팀들의 합동작업.

처음으로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Paperless) 설계방식을 채택한 보잉777은
본격적인 전자제어시스템을 도입한 최초의 항공기로 꼽힌다.

엔지니어가 입력한 디지털데이터가 곧바로 다른 기계를 작동시키는 방식
으로 제작됐을 뿐만 아니라 조종면에서도 이전의 유압전달시스템에서 벗어나
전자파로 조종사의 명령을 전달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

그러나 이 방식은 88년 채택된 에어버스방식보다 파일럿의 권한을 오히려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항공기의 안전은 컴퓨터에 의한 첨단제어기술이 아니라 조종사의 판단과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이론을 고수한 것.

제작진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세일즈맨, 하청계약자와 수요자대표들을
포함시킨 팀에 의한 협력제작방식(Design-build teams)의 도입도 주목받는
대목.

이 방식은 각기 다른 역할을 맡은 소팀들이 만나 부문별 문제를 공개토론
하고 팀의 실수를 객관화하는 가운데 문제해결법을 찾는 형태.

보잉사는 이 과정을 통해 최상의 결과를 위해 각팀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공통된 이해와 인식을 얻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또 보잉사가 항공기 안전의 한 기준인 ETOPS(Extended Twin-engine
Operations) 면허 취득을 위해 노력한 점도 높이 평가했다.

미연방항공국이 내주는 이 면허는 2개의 엔진을 가진 항공기가 비상시
하나의 엔진으로 3시간동안 비행할 수 있다는 일종의 안전보장서.

보잉은 기술적 어려움을 들어 면허취득에 회의적이던 일부 파일럿및
제작진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결국 ETOPS면허를 받았다.

민간항공기 기술의 신기원을 열며 지난해 7월부터 운항에 들어간 보잉777에
맞설 에어버스의 대응이 주목된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