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칸소네, 영미의 뮤지컬곡처럼 대중가요와 클래식음악의
중간장르인 "대중가곡"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대중들도 클래식을 멀게만 느끼지는 않겠지요"

KBS 열린음악회의 단골 성악가로 유명한 테너 임웅균씨(42.한국
예술종합학교 성악 과장).

그가 요사이 가장 기뻐하는 것은 한국가곡이 97년부터 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전공 필수 과목으로 채택된 일.

"서양음악을 도입한지 111년이 됐는데도 아직 한국 가곡을 필수로
채택한 학교가 없는 것이 한국 음악계의 현주소입니다"

그가 한국 가곡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연주활동을 거듭할수록
자신의 역할이 "서구 음악 전파에 국한된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에 빠졌기
때문.

한나라의 예술이 발전하고 나아가 세계속에 뿌리를 내리려면 먼저
자국민의 공감과 사랑을 얻어야 하는데 한정된 관객밖에 없는 서구
음악에만 매달리는 것은 문제다 싶었다는 고백이다.

KBS "열린 음악회" 출연은 그같은 회의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93년 10월부터 95년 12월까지 열두번 출연했어요.

2만명이 빗속에서도 움직이지 않았던 연세대 무대 (95년 6월),
10만명이 모인 광복절 기념무대 (95년 8월)는 잊지 못할 겁니다"

"열린 음악회"에 대해 클래식음악 애호가들의 찬반 양론이 분분한데
대해서도 태연하다.

"예술에는 격은 있지만 벽은 없습니다.

고급 문화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문화를 백안시해서는 안되죠.

클래식이 신과의 대화를 위한 음악이라면, 창이나 트롯은 개인의 한을
풀어주는 음악입니다.

인간에게는 이 두가지가 모두 필요합니다"

그는 따라서 일련의 대중음악 작업에도 열심히 참여해왔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93년)의 음악과 발성 지도를 맡았고,
"명성왕후" (95년)에서는 기획에 참여해 성악가 윤치호 권홍준
(바리톤)씨의 출연을 도왔다.

SBS 연속극 "이남자가 사는 법" (95년) 삽입곡 (세월의 저편)을
부르기도 했다.

그는 이처럼 "자유분방"하고 "좌충우돌형"인 자신을 인정하는
예술종합학교의 학풍을 고마와한다.

예술종합학교의 경우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데다 교수와 학생 모두
뛰어나 진정 경쟁력있는 교육기관이 되고 있다고.

그는 78년 연세대 성악과를 거쳐 이태리 산타체칠리아 음악원과
오시모 아카데미아를 졸업했다.

이만토바 국제성악콩쿨 (2위) 비욧티 국제성악콩쿨 (특별상)에서
입상했으며 그간 국내외에서 800여회의 연주회를 갖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작년 한해에만 100회이상 무대에 섰고, 올해에도 2~7월 부산을 비롯한
전국순회 독창회, 열린음악회 LA공연, 독집음반출반 (10월) 등 바쁜
일정을 앞두고 있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