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기개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설악산의 절경들을 전통수묵
기법으로 화폭에 담아낸 "설악산-오늘의 진경 산수전"이 19일~2월3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학고재화랑(739-4937)에서 열린다.

서구미술에 경도된 국내화단에서 선인들의 진경산수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데 힘써온 한국화가 문봉선씨(36)가 93년 "북한산전"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한 진경산수화전.

"설악산은 단순한 자연미를 초월, 숭고한 아름다움을 내포하고 있는 산"
이라고 얘기한 작가는 이번 작품전에서 설악이 지닌 기개와 드높은 기상을
거칠고 부드럽게, 혹은 단아한 세가지의 형세로 그려나갔다.

진경을 표현하려면 산과 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지론.

따라서 문씨는 만경대 천불동계곡 양폭산장 신선암 대청봉등 험준한
설악의 구석구석을 직접 오르내리면서 실제 모양새를 익혔다.

계곡을 따라 정상까지 올라가면서 설악의 근경보다는 원경을 스케치한
작가는 특히 산의 기상을 강조하기 위해 골짜기보다는 봉우리를 중점적
으로 화폭에 옮겼다.

"토산" "장군봉" "노적봉" "천화대" "4월의 대청봉" "1275봉의 여름"
등 힘찬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설악의 명봉들을 그린 작품들이 이번
전시회의 하이라이트.

이밖에 "봄이 오는 설악산" "주전골의 여름" "귀면암의 가을"
"천불동의 겨울" 등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설악의 절경과
"토왕골의 여명" "장군봉의 운무" 등 아침무렵과 해질녘, 그리고 운무를
쫓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곳들의 절묘한 풍경도 볼거리.

단순히 산의 겉모습만 표현하는 것은 애초부터 관심밖이었으며 산이
지닌 힘찬 기운과 기상을 추구해왔다고 밝힌 작가는 이를 위해 원근을
무시하거나 물을 검게 표현하는 등의 새로운 기법을 시도했다.

화선지대신 모시를 사용한 작품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도 특징.

문씨는 염색하고 다리고 배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화선지와
다른 따뜻한 정과 옛선인들의 정기를 느낄수 있어 모시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미술평론가 강성원씨는 "그의 작품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특징은
개인적인 기질과 전통의 형식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점"이라고 밝히고
"이번 출품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산수가 지닌 기개를 우리시대의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킨 것"이라고 평했다.

문씨는 제주 출신으로 홍익대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87년 동아미술상 중앙미술대전대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등 3개의
큰상을 독차지, 화려하게 등단했다.

80년대말 전통한국화의 현대적 변용과정을 거친 뒤 90년에 들어
진경산수작업에 몰두, 주목 받아왔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