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를 위한 선결과제로 자기 정체성 확보가 대두되는 가운데 문단의
대표적인 작가와 평론가 24명이 한국문학의 정체성을 규명코자 한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이문열.권영민.이남호편 민음사간)가 출간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책은 또 문학평론가 유종호씨(이화여대교수)의 회갑을 기념,
문단동료와 선후배들이 펴낸 것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참여필자는 유씨의 오랜 지기인 평론가 김우창씨(고려대교수)를 비롯
서기원 신경림 최일남 김주연 이태동 김윤식 김치수 이문구 이상옥 황동규
정현종 조남현 권영민 서지문 이문열 이남호 이광호 이경수 최윤 우찬제
윤지관 권성우 황종연씨등 24명.

이들은 이책을 통해 우리 삶의 전통적 가치와 미학이 무엇인가를 살피고
한국문학속에 감춰진 "우리의 얼굴"을 찾고자 한다.

개중에는 직접적인 해답을 도출하려는 시도도 있고 진지한 문제제기와
논의의 출발점을 제공해주는 것들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근대문학 100년을 맞는 지금 한국문학에 대한 본격적인
반성과 미래지향적인 논점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총2부중 1부에는 학술적인 성격이 강한 평론들이 수록됐으며 2부에는
작가들의 통찰과 직관을 토대로 한 자유로운 내용의 글들이 들어 있다.

김우창씨는 "감각, 이성, 정신"을 통해 한국문학의 본질은 현대적 합리성과
미적 이성의 위치를 종합적으로 가늠해야 밝혀질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동씨(서강대교수)는 김동리 최인훈소설의 맥락을 "자연과의 친화"에서
찾고, 조남현씨(서울대교수)는 "반복 모티브의 기능과 의미"를 중요한 분석
기준으로 삼고 있다.

윤지관씨(덕성여대교수)는 "한국문학의 가장 큰 흐름은 민중성이며
모더니즘의 성과가 그에 결합돼 있다"고 보고 그러한 판단에 기반한
정전구성을 주장했다.

소설가 서기원씨의 "작가와 안팎의 현실"과 최일남 신경림 정현종 이문구
씨의 창작경험을 담은 글들은 한국문학의 현장성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시인 황동규씨(서울대교수)는 60년대 김수영 김춘수 김종삼의 시적 변모가
우리 문학에 준 충격과 그를 통한 문학의 특질을 규명하는데 역점을 두었고
소설가 이문열씨(세종대교수)는 우리문학의 리얼리즘 전통을 점검한 뒤
한국문학의 나아갈 길은 "리얼리즘의 탈색"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평론가 권영민씨(서울대교수)는 계몽기 서사양식에서 형성된 새로운
가치와 이념의 현실적 기반이 당시의 국문체였음을 주장하고 현재의
국문체가 지닌 또다른 가능성을 진단했다.

<고두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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