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초기 일본 동경으로 뜯겨져 갔던 경복궁 자선당 유구가 80년만에
반환돼 경복궁으로 되돌아왔다.

자선당은 경복궁 근정전 동쪽에 있었던 건물로 왕위를 계승하게 될
세자가 거처하면서 왕위에 오르기까지 학문과 수양을 하던 곳.

정면 7칸에 측면 5칸으로 39평의 단아한 목조건물이었으나 1915년
일제가 조선통치 시정 5주년기념 물산공진회 (산업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철거한 것을 오쿠라 기하치로라는 무역상인이 일본 동경으로 옮겨갔다.

자선당 건물은 이후 1916년에 재건돼 "조선관"이라는 현판을 달고
오쿠라가의 사설미술관으로 사용되다가 1923년 관동 대지진으로 소실돼
그을린 기단석과 주초석의 석재만 남아있었다.

이 유구는 지난 93년 여름 문화재전문위원이었던 대전 목원대 김창동
교수의 끈질긴 조사와 추적에 의해 오쿠라호텔 구내의 산책로에서
발견됐고, 오쿠라 명예회장인 아오키 도라오씨가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삼성문화재단에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공식 전달함으로써
이뤄지게 됐다.

삼성문화재단은 민간차원의 일제수탈 문화재 반환사업의 하나로 자선당
유구를 반환받아 문화재관리국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뒤 지난
9월부터 문화재관리국과 공동으로 본격적인 반환작업을 추진했다.

반환작업은 유구의 해체에서부터 국내운반까지 모든 경비를 삼성문화
재단이 부담했으며, 문화재관리국 윤흥로 전문위원의 지도 아래 지난해
11월22일부터 시작하여 부임별로 나무상자 217개(109t)에 포장한뒤
유구를 문화재관리국에 무상 인계함으로써 경복궁까지 무사히 도착되게
됐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