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

음악계의 95년은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한 한해였다.

음악계의 올해 최대 하이라이트는 8월15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광복 50주년 기념 음악회.

"세계를 빛낸 한국음악인 대향연"이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이 자리에는
지휘자 정명훈씨를 비롯, 조수미 홍혜경 신영옥 강동석 김영욱씨 등
대형 음악인들이 출연, 큰 화제를 뿌렸다.

5만여 청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이 공연과 더불어 역시 대규모로
마련된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공연 (8월29.30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의
성공은 우리나라 음악애호 인구의 규모를 가늠케했다.

그러나 단2회 공연 출연료가 16억원에 달한 것은 "국내음악가 대우와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시켰다.

조수미 "새야새야" (나이세스.15만장), "아리아리랑" (나이세스.
11만5,000장), "쓰리테너 콘서트 1994" (텔덱.10만5,000장) 등 판매량
10만장을 넘어서는 CD의 등장은 클래식음반시장의 성장을 체감케 했다.

그러나 11월3일 독일에서의 윤이상 선생 타계는 우리 음악계에 상처와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97년 교육개방을 앞두고 이뤄진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주>쌍방울)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한러문화원), 폴란드 쇼팽음악원
(한국정서개발재단) 등 외국교육기관의 대거 진출은 "실익보다 허명을
찾는 추세"를 부추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조정애 기자 >

< 연극 >

올해 연극계의 커다란 특징은 양극화 현상이다.

정진수 이사장 체제로 출발한 한국연극협회가 연극인의 결속 및 연극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것이 돋보이는 작업이었다면 소극장 연극이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 중앙대 김정옥교수가 동양인 최초로 국제적인 문화예술기구인
ITI회장에 선출되고 97년부터 "가평.의왕 세계연극제"를 개최키로 하는 등
국제화 움직임이 두드러졌지만 대학로연극가 뒷골목에는 관객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벗기기 연극이 만연했다.

대홍기획 LG미디어 나이세스 (삼성) 등 대기업의 공연예술에 대한
직.간접 제작참여가 늘어난 반면 비자금사건 발생후에는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크고 작은 공연이 잇달아 연기되는 소동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극단유의 "문제적인간 연산" (이윤택 연출), 예술의전당의
"덕혜옹주" (정복근 연출)는 눈에 띄는 공연으로 주목 받았다.

"문제적인간 연산"의 극본.연출을 맡은 이윤택씨는 이밖에도 "청바지를
입은 파우스트"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미친동물의 역사" 등 많은
작품을 연출, 한국연극협회 정진수 이사장과 함께 올해의 연극인으로
꼽힐 만하다.

< 김수언 기자 >

< 무용 >

무용계의 올해는 신진무용가들의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우리무용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한해였다.

소극장 위주의 신인발표회와 신세대 안무가들의 신작무대와 젊은
춤꾼들의 활동이 활기를 띠었다.

7월에는 "한국국제댄스이벤트 (KIDE95)"를 개최, 세계무용연맹본부를
서울에 유치했고 서울무용제의 서울국제무용제의 거듭나기가 시도됐다.

또 서울발레시어터 창단 (2월), 세종대 툇마루 무용단의 직업무용단
선언,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의 대학동인제폐지 움직임, 96년 3월 개원
예정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설치 등은 80년대 "한국무용의 르네상스"
이후 내리막 길을 걸어온 무용계에 청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침체에 빠진 한국무용은 국립무용단 투서사건 등 해묵은 세력
다툼으로 우울한 한해를 보냈다.

< 국악 >

올 국악계에서는 젊은 국악인을 중심으로 "국악의 대중화화 현대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졌다.

2월 창단한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전통국악기와 양악기를 접목한 창작
음악을 선보였고 젊은 국악인들이 다양한 창작국악과 신음악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또 실내공연장을 벗어나 야외무대나 전통적인 마당판 등 새로운 공연
형태를 찾는 노력들도 계속됐다.

그러나 대부분 행사용에 그친 광복 50주년 기념공연, 민속악인들의
반목이 빚어낸 국악협회 내분사태, 개량악기를 둘러싼 시비, 판소리명창
김소희 여사의 타계 등은 올 국악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 정한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