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색안경을 끼고 객석에 자리한 관객들.

마치 과학센터전시관 광경인듯 하지만 이곳은 패션행사장이다.

정면의 슬라이드에서는 10월21일 오후 런던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미치코 런던의 1996년 봄여름 컬렉션이 펼쳐진다.

공간감을 느낄수 있는 3D(3-Dimensional)영상 슬라이드와 안경의
도움으로 관객들은 행사장의 모델들이 바로 얼굴앞으로 걸어 나오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된다.

13일 오전 서울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치코 런던 96년
패션설명회장 풍경이다.

미치코 런던은 일본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미치코
코시노의 브랜드명.

빨강 파랑 하양 등 명쾌한 기본색을 이용한 간결하면서도 파격적인
캐주얼로 성공한 그는 이를 바탕으로 경쾌한 정장에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이번 시즌 주제는 "TV쿠튀르(TV와 의상의 복합어)".

"즉각적으로 변화하며 눈을 사로잡는 TV와 그것을 즐기는 젊은 세대의
매력을 시각화했다"는 것이 코시노씨의 설명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과 무늬가 달라지는 투톤비닐, 형광성의 부푸는
플라스틱, 입체적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체크를 소재로 사용했다.

바람을 불어넣어 물놀이용튜브처럼 부풀린 흰색비닐 스커트와 코트,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재킷과 투명비닐드레스의 조화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옷 자체의 입체적성격을 받쳐주는 것이 3차원영상.

"안경을 끼고 바라본 화면의 모델들이 워낙 실감나 눈앞으로 튀어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관람자 김정현씨(서도산업
기획실장)의 평.

갖가지 기발한 아이디어가 경쟁적으로 속출하는 패션업계.

"자기만의 특이함을 부각시키려면 디자인의 파격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에 새로운 돌파구로 나온것이 쇼형태의 변화"인듯 하다고 관계자들은
풀이한다.

미치코 런던은 1975년 런던에서 설립됐다.

우리나라에는 1989년 도입돼, 의류 액세서리 가방 침구 소품 등을
16개업체에서 OEM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