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이고 전형적인 형식을 탈피한 무대가 잇달아 마련돼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프랑스 유학파 한상실씨가 무대에 올린 "바다 에 라 쀼땅"(11월5일까지
은행나무소극장)을 비롯 20대 젊은 연극인들로 구성된 극단인혁이
공연하는 "꽃밭"(11월12일까지 울타리소극장), 장정일씨의 소설을
극화한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12월17일까지 동숭스튜디오씨어터)공연이
관심을 모으는 화제의 연극.

"바다와 창녀"를 뜻하는 "바다 에 라 쀼땅"은 93년 프랑스에서 불어로
발표된 한상실씨의 희곡을 무대에 올린 작품.

한씨가 원작.연출.주연의 1인3역을 맡아 열연한다.

온몸을 던져 신부를 사랑하는 어린 창녀와 인습과 종교의 틀에 얽매여
그 사랑을 거부하는 신부의 모습을 통해 인간을 둘러싼 굴레의 허상을
파헤치고있다.

사랑과 박애의 의미에서부터 신과 인간의 문제, 또 인간을 옥죄는
인습이 무엇이며 종교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가 등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제시한 극이다.

끝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굴레를 벗어 던져버리고야마는 이름없는
창녀가 내뿜는 광기어린 에너지는 실로 충격적이다.

실제로 극중 나신연기를 펼쳐보이는 한상실씨는 이 과정을 옷을
벗는게 아니라 벗어던지는 과정임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지방공연을 거쳐 장기공연을 계획하고있는 "바다 에 라 쀼땅"은 96년7월
프랑스 아비뇽세계연극제에 참가한다.

문의 3672-6051

서울 연극앙상블이 공연하는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황동근 연출)는
"지금은 도망중" "너에게 나를 보낸다" "이디푸스와의 여행"에 이어
네번째로 무대에 오른 장정일씨의 소설.

장씨가 직접 희곡으로 각색했다.

재벌회사 말단 샐러리맨 심진래가 일상의 현실로부터 탈출하는 이야기를
희화적으로 그린 내용으로 장정일씨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연극이다.

일상에서 탈출한 그가 몸담게되는 흐느적거리는 재즈바와 함께
무대분위기를 휘감는 재즈리듬의 변화무상한 변주가 독특한 정서체험을
선사한다.

문의 762-5387

극단인혁의 "꽃밭"(이해제 작 이기도 연출)은 꿈과 현실, 이상과 실제,
그리고 양립하는 두세계에 대한 고민을 담은 창작극.

94년 10월 창단한 인혁이 올초 "곡마단이야기"에 이어 두번째로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현실세계 화란국에서 꽃을 가꾸는 여인 화마와 이상세계 몽환국의
군주 몽군의 만남과 몽군이 선택하게되는 고통스런 현실세계를 통해
현실을 진지하게 가꾸어가는 사람들에게 그리움을 묘사했다.

관념과 상상력을 통해 형상화된 무대가 다소 난해하다는 평.

문의 766-4253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