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옷이 더 돋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러 사람이 모이는 파티에서 유명 디자이너의 비싼 옷을 입은 사람도
자주 보게 되죠.

하지만 입은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을 때는 그런 옷도 별로 멋져보이지
않아요"

패션관계자들로부터 "방송출연자중 가장 옷을 잘 입는 사람중 한명"으로
꼽힌바 있는 아나운서 정은아씨(30)는 "나는 결코 베스트드레서는 아니다"
라는 말로 얘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에게서는 분명히 고집스런 패션감각이 느껴진다.

"저는 사실 그리 패션에 민감하지 않아요.

많은 이들이 남에게 뒤질세라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통굽구두를 신고
다닐때도 저는 그 차림을 따르지 않았어요.

제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그는 88년 한국외국어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90년부터 KBS에서 일해온
6년경력의 중견아나운서.

2TV의 "전국은 지금"을 거쳐 "아침마당"(1TV.오전8시20분)과 라디오
국악프로"풍류마을"(1FM.낮12시)을 진행중이다.

잠시 "열린 음악회"를 맡기도 했다.

항상 선이 단순하고 남성적인 바지정장을 즐겨온 그에게 "열린 음악회"는
일종의 모험이었다.

"멋지게 부풀린 머리에 화려한 색상의 이브닝드레스를 매주 한번씩 바꿔
입는 것이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했죠.

하지만 여러가지를 입어본 결과 "공주 스타일"은 내게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지금 진행중인 "아침마당"에서는 바지정장 니트 쉬폰재질등 다양한 소재와
스타일의 의상을 마음껏 입죠" 좋아하는 색은 검정 하양등 무채색이나
하늘색 회색 아이보리 미색 연보라등 파스텔톤.스커트는 짧은 미니를 즐긴다.

방송에 나오는 많은 이가 그렇듯 의상은 협찬받는다.

"재인" "조은숙 부틱" "본느샹스"등이 그에게 도움을 주는 업체.

"많은 분들이 저를 떠올리면 곡선보다는 직선이 생각난다고 해요.

옷은 되도록 심플한 것, 액세서리나 가방 하나까지 모두 큼직큼직한 것을
고르죠.

주변에서 너무 낡았다고 핀잔을 주지만 향수는 여전히 "샤넬 5번"을
사용해요"

한발짝 늦게 가고 고유한 스타일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패션원칙이라는
설명이다.

< 글 조정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