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한 금융업이 80년대를 이끈 산업이었다면 90년대
를 주도하는 산업은 단연 퍼스널컴퓨터 부문이다.

이 PC산업에서 IBM같은 세계적인 거대기업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사.

80년대 초반 퍼스널컴퓨터 운영체계인 "MS-DOS"를 내놓으면서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굳힌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최근 "윈도95" 발매를
통해 또다시 전세계컴퓨터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사 특유의 기업문화를 해부한 "전자산업의
핵,그 실체를 말한다"(프레드 무디저 바이킹간, 원제: I SING THE BODY
ELECTRONIC)가 출간돼 화제다.

컴퓨터업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여겨지는 빌 게이츠회장 개인을 조명한
지금까지의 평전들과는 달리 멀티미디어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내부 기업문화를 본격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점이 특징
이다.

저자는 직접 어린이용 멀티미디어백과사전 프로젝트팀에 참여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디자이너및 연구원들과 함께 1년동안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르포형식을 빌려 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예찬론자뿐만 아니라 경쟁관계에있는 기업에까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발휘하는 힘의 근간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영스타일은 첨단의 기술력과 비정형화되고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의 결합으로 요약된다.

전자우편으로 이뤄지는 대화, 소규모 팀별 작업이 일상화돼 있는 것이
전자라면 모든 중요한 제품생산이나 예산지출 결정이 빌 게이츠의 결재를
거쳐 이뤄지는 점은 후자의 경우.

이에따라 제품디자인이 빌 게이츠의 취향에 상당부분 좌우되며 결재를
받기 위해 수주일동간 기다리기도 한다고 서술했다.

그럼에도 저자는 빌 게이츠의 타고난 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우수한
인력및 첨단기술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놀라운 성장을 가능케했다고 분석한다.

어느날 멀티미디어 프로젝트팀 회의에 참석한 빌 게이츠는 "한장의 디스크
에 본문은 물론 비디오와 그래픽, 음성을 모두 담을수 있는 멀티미디어출판
에 왜 기존의 출판업자들이 뛰어들지 않는가"라고 물으며 프로젝트에 참여
하고 있는 젊은 연구원들에게 끊임없이 기업적인 마인드를 가질 것을 주문
한다.

불확실한사업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인쇄출판업자의 사고방식을 비판하고
동시에 혁신적인 오락및 교육매체 개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프로젝트팀
의 마인드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것.

또 마이크로소프트에는 모든 인력과 첨단기술에 대해 문호를 개방한다는
원칙이 있다.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사업과 관련해서도 디자이너및 컴퓨터 프로그래머등
회사외부의 인력과 기술이 경쟁을 통해 발전을 꾀한다고 분석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