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미술은 신앙과 예술이 만나는 곳이다.

특히 불상을 중심으로 한 불교미술은 종교성을 떠나 탐미의 대상으로
보면 더욱 아름답다.

그러나 많은 경우 불상은 단지 외경스러운 존재로만 인식될 뿐이다.

하지만 선입견에서 벗어나 마음의 문을 열고 불상을 바라보면 그
아름다움이 새롭게 부각된다.

미술사학자 강우방씨(54.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는 20여년간
국내는 물론 중국 인도등을 돌아다니며 불상연구에 몰두했다.

그 결과를 모아 최근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의 불상을 통해
우리나라 불교미술의 성립과 의미,양식과 도상과정을 자세히 밝힌
"한국불교조각의 흐름"(대원사간)을 펴냈다.

"불교미술은 탄생지인 인도인들의 미감을 단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워야 예배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거기에 불교의 우주관
세계관등 종교성도 담겨야 합니다"

강실장은 불교의 철학과 신앙을 몰라도 미술작품을 통해 종교적인
숭고미와 예술적인 조형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책에서 우리나라 불교미술의 성립과 전개과정은 물론 그 바탕이
되는 불교이론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또 고구려 백제 신라등 삼국시대의 불상 50개의 특징을 상세히
기술했다.

강실장은 부처의 모습이 나라와 시대의 상황에 따라 변모됐다고
말한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불상은 같은 문화적 기반위에 성립되었음에도
풍토에 따라 다른 양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구려미술은 동북아미술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웅혼과 약동감을 나타냅니다. 이에 비해 백제미술은
엄정하고 세련되며 온화하고 정적이지요.

신라미술은 딱딱한 선과 투박한 느낌등 다소 둔중한 양식을 보여줍니다.
통일신라 문화는 고구려.백제.신라를 합친 데다가 새로운 점을 더한
양태를 보입니다. 단순히 삼국시대의 양식을 계승한 것이 아니라 새롭게
변모된 것이지요"

그는 한국의 불교조각에서 찾아낼 수있는 미는 다른나라 조각의 것에
비해 친밀감과 천진난만함을 지닌다고 밝힌다.

그리고 이는 우리 민족성의 또다른 표현에 다름아니라는 것. 강실장은
특히 석굴암의 아름다움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석굴암의 불상은 예술과 종교 양면에서 모두 세계를 대표할만합니다.
예술적으로는 모든 보살들이 체계적으로 배치된 데다 치밀한 기하학적인
설계외 뛰어난 공법을 바탕으로 훌륭한 조형미를 나타내고 있죠. 종교적
으로도 불교의 사상이 모두 표현돼 있습니다"

강실장은 앞으로 고려및 조선시대 불교조각에 관한 연구서도 낼 계획.

만주안동태생으로 서울대독문과를 거쳐 미국하버드대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문화재위원.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