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속의 산책"은 잘익은 포도의 달콤함과 풋풋한 햇과일의 쌉싸름한
맛이 함께 배어있는 영화다.

멕시코감독 알폰소 아라우(62)가 할리우드의 신세대 스타 키아누
리브스와 스페인 여배우 아이타나 산체스 지온을 결합시켜 빚은
로맨틱드라마.

아라우감독은 지난해 "달콤쌉싸름한 초콜렛"으로 미국에서 외국작품중
최고의 흥행실적을 기록하며 명성을 떨쳤다.

"구름속의 산책"은 그의 할리우드 입성 첫작품.

고아로 자란 한 순진한 청년이 멕시코 명문출신 여자와 만나 사랑을
나누는 과정이 한폭의 수채화처럼 담겨있다.

2차대전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온 폴 서튼(키아누 리브스)은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초콜렛장사에 나섰다가 임신한 몸으로 귀향하는 여인
빅토리아(아이타나 산체스 지온)를 만난다.

엄격한 아버지때문에 집으로 들어갈 엄두를 못내는 그녀를 위해
폴은 하루만 아버지노릇을 해주기로하고 동행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허락없이 결혼한 딸과 사위를 냉담하게 외면하고
가엾은 그녀를 두고 떠날수없어 하루하루 출발을 미루던 폴은 차츰
사랑을 느낀다.

수확철을 맞은 포도농원의 축제열기와 안개에 젖은 포도밭이 시적인
영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둘의 사랑은 달아오른다.

엷은 천으로 된 타원형 날개를 달고 두사람이 서리맞은 포도넝쿨을
향해 더운 바람을 보내는 장면과 밭이랑사이의 항아리에서 타오르는
불길, 춤추듯 일렁이는 날개춤은 이영화의 백미.

결국 두사람의 위장극을 뒤늦게 알아챈 아버지가 홧김에 던진 불씨로
인해 포도밭은 잿더미가 되지만 남아있는 포도나무뿌리를 폴이 찾아냄
으로써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이영화는 생명의 근원인 대지와 포도로 상징되는 결실, 소멸과
재탄생을 의미하는 불의 이미지로 나뉘어진다.

사랑과 갈등의 현장인 포도밭 이름은 구름농원.

"구름"속을 걷는 두사람의 행복산책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화재뒤의 인물분장이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쉬운 대목.

( 12일 서울/녹색/시네마천국/건영옴니/교육문화회관 개봉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