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28세로 요절한 구소련의 한국계 록가수 빅토르최의 앨범이 예당
음향과 삼성나이세스 2곳에서 동시에 발매돼 판권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당음향(대표 변대윤)은 6월말 유작앨범 "블랙", 삼성나이세스(이사
박춘호)는 7월초 베스트곡모음 "마지막 영웅"을 냈는데 양측 모두 정당한
경로를 통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예당음향은 88년부터 최의 국내공연을 추진했던 회사.

"90년10월로 공연일정까지 잡았었다.

최의 죽음으로 공연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앨범만은 꼭 내놓으려
매니저와 접촉했다.

최의 생존당시 준비중이던 앨범 "블랙"을 한국에서 발매할수 있도록
매니저와 합의했다"(변대윤대표).

일찍부터 빅토르최의 공연과 음반발매를 추진해온 만큼 우선권과
정통성을 지닌다는 설명이다.

한편 삼성나이세스(이사 박춘호)는 최가 죽은뒤 판권을 관리하는
러시아 모로즈사와 계약했다고 말한다.

모로즈사는 최의 유족과 계약한 회사이며 나이세스는 음반수입업체인
부곡무역의 중개를 거쳐 이 회사와 접촉했으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그러나 음반관계자들은 상업성만 있다 싶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풍토가 이같은 동시발매현상을 낳았다고 꼬집는다.

계약에는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과당경쟁이라는 비난만은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빅토르최는 62년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인3세.

82년 데뷔, 84년 4인조록그룹 "키노(영화)"를 결성, 록음악에 체제
비판과 반전등의 메시지를 담아 구소련청년들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89년 발매된 7집 "태양이란 이름의 별"은 500만장이상 판매됐다.

90년 모스크바 올림픽경기장 콘서트에는 10만명이 몰려들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묘지에는 지금도 추모자들이 줄을 잇고, 모스크바
사할린 우크라이나에는 빅토르최거리도 만들어져 있다는 소식.

생전에 낸 앨범은 7장, 사후에 2장의 추모앨범이 나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