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음악천사의 사랑' 펴낸 이강숙교장
전부터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얘기지요. 음악과 문학에 대한 오랜
사랑이 작은 열매를 맺은 셈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숙교장(59)이 동화책 "음악천사의 사랑"을 펴냈다
(비룡소간).
서울대음대와 미국미시간대대학원(음악교육학박사)졸업, 버지니아
커먼웰즈대조교수,서울대교수,KBS교향악단총감독 역임등 겉으로 드러난
이력에 굴곡이라고는 없어보인다.
그러나 화려한 음악인생 뒤에는 이루지 못한 문학에의 꿈이 숨어 있었다.
"대학시절 병에 걸려 1년간 요양하면서 책만 읽었습니다. 이전까지의
음악대신 문학이 가장 가까운 벗이 됐지요. 글이 주는 감동을 그때 새로
깨달았습니다"
복학한 뒤에는 명동의 송도술집 청동다방 돌체다방에서 시인 김수영
천상병 오상순씨 근처를 맴돌며 창작에 대한 꿈을 키웠다.
하지만 "사상계"신춘문예에서 떨어진 뒤(응모작 "배회의 시간") 꿈을
접고 음악으로 돌아갔다(당시 당선자는 소설가 이청준씨).
"이후에도 계속 역사속의 인간,인간 사이의 갈등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지만 시간이 허락치 않아 미뤄 뒀죠"
이책은 평소 가깝게 지내는 민음사 박맹호사장의 권유로 만들게 됐다.
어린이를 위한 음악책을 써보라는 제의를 받은 것이 1년전. 매일매일의
일정에 쫓겨 미루다 지난해 가을 어느날 아침 사무실에서 단숨에 써냈다.
삽화는 "공간"지에 글을 쓸때 알게된 화가 김병종씨(서울대미대교수)가
맡았다.
지상의 누군가에게 "악보"를 전해주기 위해 하늘나라를 떠난 소녀. 그를
사랑하기에 따라온 소년에게 소녀는 자신의 연주를 "꼬박 300일동안"
들어야만 만나 주겠다고 말하지만,300일째가 되자 악보만 남기고 소녀는
홀연히 떠나간다.
신비주의적인 이 얘기에서 이교장이 가장 말하고 싶은 대목은 "300일동안
듣기"이다.
300일동안 들으면서 소년은 소리의 얽힘속에 나타나는 아름다움(화성법과
대위법),소리의 모양새(구조)를 알게 된다.
"반복해서 듣고 연습하며 자기수련을 거쳐야 음악에 숨겨진 뜻을 알게
된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아기가 한사람 얼굴을 수백번 봐야
낯가림단계를 벗어나듯이 음악도 수백번을 들어야 "귀가림""음가림"을
마친다는 것이 제 지론이지요"
그는 하지만 음악에 대한 노력이 기술적인 측면만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음악은 진정한 나를 찾는 도구입니다. 작곡자의 꼭두각시가 아닌 참된
연주가가 되려면 세상을 보는 자신만의 시각이 필요하지요. 음대에 다니는
자녀가 연습만 하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닌다고 걱정하는 어머니들을
가끔 봅니다. 하지만 고민없이 어떻게 진정한 예술가가 나올수 있겠습니까"
이교장은 "가르치는 일과 행정적인 일이 모두 다 중요하듯 음악과 문학
두가지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다"며 밝게 웃었다.
< 조정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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