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성기(43).

그의 인기는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가늘고 쉰듯한 목소리, 결코 뛰어난 미남이라고는 할 수 없는 외모.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최고의 스타자리를 10년이상 지키고 있는 것은
그의 대중적 친화력과 남다른 성실함 그리고 철저한 프로정신때문이다.

"좋은 배우는 연기도 잘해야 하지만 관객들에게 신뢰감을 줄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촬영에 앞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해요.

배우에게 바쁘다는건 미덕이 아니죠.

고민하고 상상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만족스런 연기가 나옵니다"

그는 요즘 이장호감독의 "천재선언"에서 "이상한 빛"이라는 속물
영화감독역을 맡아 또다른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선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그는 이 영화에서 특유의 표정으로
오늘의 우리사회를 풍자한다.

그의 연기는 코미디나 멜로, 액션물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진지하다.

그만큼 자기관리에도 엄격하다.

"한국영화계 전체가 좀더 진지해져야 합니다.

신인들이 많이 나오는건 바람직하지만 대체로 너무 쉽게 덤비는 경향이
있지요.

중견감독과 연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52년 피난지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영화기획제작자였던 아버지 안화영씨
(70.전현진영화사장)의 영향을 받아 5살때 김기영감독의 "황혼열차"로
영화에 첫선을 보였다.

이후 80여편의 영화에 출연,아역스타로 이름을 날리다가 "얄개전"을
끝으로 휴면기에 들어간다.

70년 한국외국어대 월남어과에 입학, 연극에 몰두한다.

제대후 김기감독의 "병사와 아가씨들"(78년)로 컴백,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날"(80년)로 대종상 신인상을 받으며 제2의 연기인생을
시작한다.

82년 "꼬방동네 사람들"촬영중 신승수감독의 소개로 만난 오소영씨와
3년간의 열애끝에 결혼, 아들 다빈(8) 필립(4)을 두고 있다.

"가정에서의 "팀웍"이 연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남자는 괴로워"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만년과장역으로 나와 샐러리맨의 애환을 연기했던
그는 한번도 직장생활을 해보지 않은 자유인.

그러면서도 월급쟁이의 비애를 누구보다 실감나게 보여줘 천의 얼굴을
가진 연기자로서 진가를 확인시켰다.

"기회가 닿으면 진짜 악역을 해보고 싶다"는 그는 현재 최진수감독의
"헤어드레서"에 출연중이다.

"헤어드레서"에서 그는 평범한 애견미용사가 우여곡절끝에 일급 헤어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사회의 또다른 면을 보여주게
된다.

극중 가위춤 연기를 위해 무용가 안은미씨로부터 2달동안 지도를 받아
프로춤꾼이 다됐다고.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