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 서평위원회 선정

저자 : 유순하
출판사 : 고려원

이 땅에서 특정기업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일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우선은 제3자가 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평가할 정도의 정보와 지식을
갖기가 힘들다.

또한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분위기라는 것이 특정기업에 관한 글에 대해
일단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업에 대한 연구나 이야기를 쓰는 일은 우스갯소리로 "잘해야 본전"일
뿐이다.

그런데 작가 유순하씨는 연거푸 삼성그룹에 대한 두권의 책을 내놓았다.

"삼성, 신화가 없다"는 책이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삼성에 관한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니겠느냐고 생각하였다.

최근에 나온 저자의 두번째 책 "삼성신경영 대해부"에 관한 광고를 보고
별반 기대하지 않고 읽어보았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한 몽상가의 기업론이란 상식밖의 부재에 끌렸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자신의 심경을 글로써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겠다고 느끼고
이를 실천에 옮긴 저자의 용기가 놀라웠다.

그리고 신경영을 둘러싼 삼성그룹의 속사정과 허실을 정확히 짚고 있는
점에 감탄했다.

비교적 기업의 안팎이야기를 잘듣고 보고 있는 필자에게 저자의 예리한
진단과 안목은 남다른 것으로 보였다.

이는 아마도 기업혁신을 통한 한국사회의 변화에 대한 저자의 강한 바람
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분명히 삼성이란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의 변화를 향한 노력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파헤친 글이다.

그러나 안팎으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먹고 살아가기가 힘든 세상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모든 한국의 기업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기업론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어디 기업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인가.

변화라는 거친 물결속에서 변신을 향하여 긴 장도에 오를 수밖에 없는
한국의 모든 조직에 관한 이야기라 할수 있을 것이다.

2년전 온 나라가 개혁이란 한 단어에 몰두하고 있을때 삼성의 신경영이
출범했다.

늘 앞선 기업이자 시새움과 부러움을 받는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임
을 생각하면 신경영의 승패가 한국기업과 사회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는 상상
외로 클 것이다.

그러기에 누군가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개혁의 문제점과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엄밀한 분석이나 체계적인 접근, 그리고 논리적인 설득력이란 점에서는
분명히 부족한 점이 많은 책이다.

그러나 보통사람의 눈으로 이같은 주제를 다룬 점에서 전문가들이 책임을
느껴야할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그 메시지가 분명하다.

한국과 같은 기업조직에서 우두머리가 정신을 못차리는 경우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런데 조직의 장이 정신을 차리고 "등에 땀이 흐를 정도로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동분서주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직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할수 없으면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이다.

다음으로 한국조직에서 "왜"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대드는 사람이 왜
없느냐고 저자는 반문하고 있다.

이는 비단 삼성의 문제만은 아니다.

튀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 한국의 조직문화에 일대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공병호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