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김동빈감독의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는 미시족의 사랑얘기를
그린 멜로물.

결혼은 했지만 처녀적 감성과 발랄함을 잃지 않으려는 젊은 여성들의 심
리와 요즘 세태를 풋풋한 웃음에 담아 보여주는 영화다.(강우석프로덕션
대우시네마 공동제작)

각기 안정된 가정과 직장을 갖고 있는 두 여자가 남편 이외의 남자를 만나
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은재(최진실)는 결혼전 수인선 협궤열차에서 우연히 만났던 남자(이경영)와
뜻하지 않게 재회한뒤 미묘한 감정에 흔들린다.

남편과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그녀를 망설이게 하지만 가슴을 훑고 지나가
는 사랑의 격정은 걷잡을 수없이 커져만 간다.

그러는 한쪽에선 은재의 친구인 윤수(정선경)와 의부증에 시달리는 남자
창세(김의성)의 은밀한 애정행각이 펼쳐진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소재를 다룬 이 영화는 그러나 "금지된 장난"보다 "욕
망의 비상구" 찾기에 카메라렌즈를 맞추고 있다.

두여자의 탈선은 타고난 "바람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방
식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그려진다.그래서 새로운 사랑에 뛰어드는 자
세도 남자에 비해 훨씬 적극적이다.

하지만 감독은 두 여자의 사랑을 통해 두가지 길을 동시에 제시함으로써
현실과 타협하고 만다.

불륜사실이 들통난 윤수와 창세가 이혼이라는 희생을 무릅쓰고 둘만의 길
을 찾아 새출발하는데 반해 은재는 폭풍처럼 왔다간 사랑의 흔적을 가슴속
에 묻어둔채 가정으로 돌아온다.

우리시대의 미시족은 아직 규범과 도덕의 울타리에 반쯤 발을 걸친 상태
로 경계밖의 풍경을 내다보는 "미완의 모델"임을 반영한 셈이다.

최진실과 이경영의 내밀한 감정묘사,깔끔하고 섬세한 영상처리,도시적
감각의 연출기법등은 늦깎이로 데뷔한 감독의 만만찮은 역량을 보여준다.
(20일 롯데월드 서울 은아 녹색극장 개봉)

<고두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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