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50주년을 맞아 조선조 마지막 왕녀인 덕혜옹주(1912~1989)의 삶을
다룬 역사극 "덕혜옹주"(정부근작.한태숙연출)가 3일~6월4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덕혜옹주는 고종의 고명딸이자 순종의 이복누이.

1925년 13세의 어린나이로 일본에 끌려가 31년 대마도 번주와 결혼해
딸 정혜를 출산하지만 이국의 피폐한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신경쇠약
증세를 보인다.

결국 이혼(53년)한 그는 퇴락한 왕조의 멍에를 혼자 감내하다 50세가
되던해(62년)에 귀국, 1989년 4월21일 7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인물이다.

극은 62년 귀국하는 옹주를 배경으로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한가운데서
그가 겪어야했던 고통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60년대초 옹주의 귀국기사를 읽으면서 우리는 너무 쉽게 왕가를
비하하고 모멸해온게 아닐까하고 생각했다"는 작가 정복근씨는 "남의
시각이 아니라 우리의 시각으로 역사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지우고
싶다"고 밝혔다.

연출가 한태숙씨는 "전통극의 품격을 지키면서도 상투적인 표현을
배제한 새로운 무대를 통해 몰락한 왕조를 부정해버린 우리의 근대사를
되돌아보는데 의미를 두었다"고 말한다.

연극 "덕혜옹주"는 연극계 최고의 히어로 윤석화씨가 정신병원에
수용된 옹주의 고통스런 내면을 리얼하게 연기하기위해 삭발을 감행한
화제의 무대이기도.

한명구(동아연극상) 이주실(백상예술상) 원근희(서울연극제연기상)
한상미 강신일 심영민 명로진씨가 출연한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