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연희단거리패에서 준비한 독특한 실험극 두편이 무대에 오른다.

대중적 볼거리로서의 연극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진지한 물음
으로서의 연극을 내세우며 시작한 "''95상황과 형식전"의 두번째이야기
"미친동물의 역사"(윤대성 작 이윤택 연출, 4월28일~5월31일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와 전위연극 및 동양적 기춤으로 유명한 강만홍 서울예전
교수의 "길"(안민수 작 강만홍 연출, 5월3~11일 동숭아트센터대극장)이
문제작.

한편의 무용극을 연상케하는 격렬한 몸놀림이 인상적인 연극이란
공통점을 가진 작품들이다.

동시에 절망을 담은 소극장무대와 희망을 담은 대극장무대로 상반되는
극으로 관심을 끈다.

세상과 이웃으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개인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인 "미친동물의 역사"는 관객석을 무대와 격리시키기 위해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 버린 독특한 무대형식을 자랑하는 극.

30명 남짓한 사람이 들어갈만한 갇힌 객석에 들어서면 무대위에서는
연기자들의 무료한 놀이가 진행되고 있다.

곧이어 시끄러운 말다툼과 함께 한 화가가 정체모를 사람들에 의해
지하실에 갖히면서 극은 시작된다.

서울예전 윤대성교수 원작으로 70년대에 공연금지처분을 받기도한
작품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들은 세기말적인 현상이다.
우리사회에서도 이미 표출되고 있는 세기말적인 징후의 근원은 개인주의
이며 바로 이것을 무대언어로 표현하려했다"는게 연출가 이윤택의 말.

절망의 메시지를 파격과 극단의 격렬한 몸짓에 담아낸 이 극에는
유원용 이재승 이명아 김소희 유수진 등 우리극연구소 연기생단원이
출연한다. 763-6238.

동양적 개방주의 연극을 표방한 "길"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연기자의
신체언어, 호흡의 언어 그리고 침묵의 언어로 표현되는 독특한 형식의
극이다.

창작희곡으로서는 최초의 부조리극임을 자부하는 이 극은 선시의
이미지를 통해 현재의 시간과 공간을 투여하고 있는 정신주의 연극.

동국대 안민수교수가 희곡을 썼다.

무대는 해뜨는 장면의 대사없는 몸짓연기를 시작으로 엄마 편지 새님
달의 다섯가지 모티브를 차례로 거치는 과정으로 꾸며지며 그속에서
해를 찾고 새님을 기다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표출하고 있다.

"길"은 지난해 서울예전 졸업공연으로 무대에 올려져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연출가 강만홍교수의 연기훈련방법인 숨다스리기와
몸다스리기를 통해 색다른 무대느낌을 전달한다.

91년이후 3년6개월만에 등장한 그는 "외형적인 흥미로만 치닫고 있는
연극과 확연히 구분되는 감동을 주는 무대를 만들려고 했다.

일상으로부터 해방을꿈꾸는 한편으로 또다른 정신세계에 도달하려는
일관된 연극작업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동숙 이재용 황대현 류승룡 문원영 등 연희단거리패와 서울예전
졸업생 26명이 출연한다. 763-1268.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