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과 공연예술의 외설시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대담한 성적표현을
담은 성애소설들이 잇달아 번역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작가 니콜슨 베이커의 신작소설 "페르마타"(문학세계사간)와 프랑스
출신 도미니끄 페르낭데즈의 "카스트라토"(소담출판사간)가 소개된데 이어
성애소설의 고전으로 불리는 아폴리네르의 "돈쥬앙"(보람간)과 러시아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로리타"(큰산간)도 무삭제완역판으로 재출간됐다.

"페르마타"는 원래 늘임표라는 음악용어. 주인공 아노가 지닌 특별한
능력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시간을 정지시킬수있는 놀라운 힘을 가진 그는 어린시절 담임선생님의
블라우스단추를 벗기고 알몸을 보기 위해 처음 능력을 시험해본 이후
마음에 드는 모든 여자에 대해 탐닉한다.

이는 여성에 대한 극단적인 수줍음을 극복하고 욕망에 충실하려는 일종의
관음증을 반영하는 심리상태. 그는 온갖 외설적인 상황속에서 내면에
잠재된 충동을 따라가며 환상적인 성의 모험을 즐긴다.

"카스트라토"는 맑은 목소리를 유지하기위해 거세당한 남성소프라노
가수들의 세계를 그린 작품.

이야기는 마지막 카스트라토였던 포르포리노의 회상록이 독일의 한
낡은 성에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두개의 성을 가지는 동시에 두가지 삶의 가능성을 지닌 그들이 고통스런
청춘을 보내는 대가로 사람들은 매혹적인 노래를 들으며 황홀해했고
은밀한 쾌락에 몸을 떨었다.

모짜르트와 헨델 그리고 전설적인 가수 파리넬리등 실존인물들도 등장하는
이소설은 고독한 운명에 맞서 "나"를 찾고자한 그들의 슬픈 예술사를 담고
있다.

"돈쥬앙"은 "미라보다리"로 유명한 프랑스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장편소설.

그의 사후 120여개국에서 출판된 이작품은 실험정신과 환상적 에로티시즘
의 미학이 응축된 것이라는 평을 받았다.

호기심많은 소년 돈쥬앙은 어릴때부터 섹스에 남다른 흥미를 느끼며
좋아하는 소녀와 숲속에서 결혼놀이를 한다.

성에 눈뜬 그는 지칠줄 모르는 여성편력과 진기한 체험을 통해 "성혁명"을
실천하는데 이는 기존의 가치체계를 부정하는 또다른 형태의 사회소설로
평가되기도 한다.

"로리타"는 러시아 반사실주의작가인 나보코프가 미국으로 망명한뒤
영어로 발표한 작품. 반윤리적이라는 이유로 한동안 출판이 거부됐었다.

사십대 남자와 열다섯살의 소녀,법률상 아버지와 딸인 이들의 금지된
사랑이 줄거리.

현실에서는 결코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의 환상앞에 주인공은 괴로워
하지만 작가는 그를 통해 자유로움과 열린 공간,원시성으로의 회귀를
꿈꾸며 독자들을 몽상적인 퍼즐게임속으로 끌어들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