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연극을 고집해온 서울앙상블(대표 하경봉)이 창단10주년기념공연으로
러시아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사이먼 그레이각색,하경봉연출)를
25일-4월9일 예술의전당토월극장무대에 올린다.

한.러수교 5주년을 맞아 러시아대사관이 공식후원하는 이번 공연은
므쉬킨역의 권범택, 나스타샤역의 주미숙씨를 비롯, 총30명의 연기자가
출연하는 대형무대로 꾸며진다.

서울앙상블은 "백치"의 국내초연을 통해 "연극이 주는 감동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삶을 반성케하는 강한 생명력"이라고 명쾌하게 답할 계획.

영국극작가 사이먼 그레이가 각색한 이 작품은 백치인 므쉬킨공작과 불행한
여인 나스타샤, 그녀의 남편 로고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아름답고 슬픈
젊은날의 사랑이야기.

정신장애로 인해 오랫동안 치료를 받고 돌아온 므쉬킨공작.

생활력은 없지만 천진하고 솔직한 언행은 탐욕과 허영에 가득찬 사람들을
당혹케하기에 충분하다.

그런 므쉬킨앞에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두여인, 나스타샤와 이글라야가
나타난다.

므쉬킨은 나스타샤를 사랑하지만 그녀는 므쉬킨의 행복을 위해 사랑을
양보하고 죽음을 맞는다.

음울하고 코믹한 장면이 교차하는 이 극은 개성강한 인물들의 갈등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인간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극단측은 아름다운 대사와 웅장한 작품스케일이 화려한 연출감각과
어우러져 진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앙상블은 그동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헤다 가블러" "셜리의 텅빈
여름" "미스터 블루"등 해외명작을 소개해 왔다.

문의 594-5762.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