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가에 젊은 바람이 분다.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젊은 연출가들의 작품이 대거 무대에 올려져
침체된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극단서전의 "목화마차" (박계배 연출, 5월14일까지 뚜레박소극장)와
"팬티(원제 Die Hose )" (남궁연 연출, 5월7일까지 샘터파랑새극장),
극단까망의 "콜라, 시간밖의 여자" (장두이 작.연출, 4월30일까지
까망소극장), 중원극회의 창단공연작 "사랑을 위한 도박" (곽동근 연출,
4월30일까지 세미예술극장)이 이같은 작품들.

"리타길들이기" "아, 이상!" 등으로 친숙한 대표적인 젊은 연출가의
한 사람인 박계배씨가 연출한 "목화마차"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를 쓴 테네시 윌리엄스가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겪고난 1946년에 쓴
작품이다.

"미시시피 델타 코미디" 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작가특유의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 병적인 성욕, 좌절된 인간상등이 코믹터치로 다뤄진다.

인간본능의 두 요소, 즉 물욕과 성욕이 가져다주는 허무와 좌절을
그린다.

5월14일까지 뚜레박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문의 741-0084.

남궁연씨가 연출한 "팬티"는 독일 시민계급의 신분상승 과정을 주로
묘사했던 슈테른 하임의 원작을 바탕으로 인간의 속물근성과 이중
성격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냈다.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 품고있는 잘못된 생각들을 현실과의 대조를
통해 폭로한 이 작품은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화해를 이루지않고
오히려 이런 이중성을 비판한 점이 특징. 문의 763-8969.

"콜라, 시간밖의 여자"는 오랫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하던
장두이씨가 대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

"11월의 왈츠"를 끝내고 잇달아 연출한 이 작품에서 그는 후기산업
사회의 증상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초래하는 행동양식을 감각적인
무대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끼 소설의 주인공들을 등장시키려 했다"는 장씨의
말처럼 허무와 무기력으로 대변되는 신세대 행동양식을 가까이서
그린 무대다. 문의 766-2072.

30대 젊은 연극인들이 만든 중원극회가 선보이는 "사랑을 위한
도박"은 추리형식을 빌려 쓴 안토니 쉐퍼의 원작을 극화한 무대.

두사람의 인물을 통해 풀어가는 이 연극은 추리소설작가가 아내의
정부를 혼내주려는 계획을 꾸미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이후 급변하는 장면전환이 극적 긴장을 더한다.

연출자 곽동근씨는 "연극인들의 활동이 몇몇 스타급 연예인들의
뮤지컬공연에 가려 빛을 잃는 현실이 씁쓸하다"며 "묵묵히 연극의
길을 가는 이들에게 다소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국립극단이 국립극장소극장무대에 올리는 "오늘의 연극
시리즈" 연출을 맡은 박상현(푸른무덤의 숨결), 박은희(불), 김태수
(귀로)씨 역시 독특한 개성을 지닌 젊은 연출가들로 주목받고 있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