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김용택 이가림 이영진씨의 신작시집 고김남주씨의 유고시집이
나란히 나왔다.

(창작과비평사간) 서사시 "백두산"이후 고은씨가 새롭게 선보이는
시집 "독도"는 어린시절을 반추하고 새 세상을 내다보는 지향성의
시들을 묶은 것이다.

2부에 실린 "산수유꽃"등 짧은시들은 서정성과 삶의 묘미를 잘
표현한 것으로 눈길을 끈다.

김용택씨의 "강같은 세월"은 정갈하게 다듬어진 "푸른나무" 연작시와
지난 2년간 병고에 시달렸던 상흔이 함께 담겨있다.

또 숨진 김남주 이광웅씨에 대한 슬픔과 애정이 짙게 묻어있다.

3,4부의 시는 이농현상으로 곳곳에 버려진 빈집과 들판을 "눈물나는
웃음"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가림씨가 14년간의 공백기끝에 내놓은 새 시집 "순간의 거울"은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하늘을 걷는 사람"과 "2만5천볼트의 사랑"이 섞여있다.

지하철을 "음습한 곳에 묻혀 사는 벌레들을/마구 잡아먹는/한마리
길다란 지네"로 표현한 것도 독특하다.

이영진씨는 시집 "숲은 어린 짐승들을 기른다"에서 80년5월을 "도저히
잊어버릴수 없는" 역사로 껴안는다.

"유행가조차 어색하게 만드는 5월/너 끝나지 않는 시간이여/시간밖의
시간이여/내 이 끝간데 없는 매춘을 큰 눈으로/큰 눈으로 응시하는 눈빛
이여"라고 아파하는 한편으로 조심스런 초월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김남주씨의 유고시집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은 고인의
미발표 근작시와 옥중시,등단무렵 썼던 작품들을 모은 것으로 병상일기,
시작메모,감옥에서 쓴 편지도 같이 들어있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씨는 "지금 읽어도 가슴을 뜨겁게 하는 그의 시들은
가장 찬란한 예술적 형상이자 우리 시의 한 극한"이라고 평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