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장면이 일반에게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부모를 살해한 죄로 수감된 박한상이 범죄수법을 헐리우드영화
에서 배웠다고 말한데 이어 최근에는 헐리우드영화나 홍콩느와르에서
자주 등장하는 자동차폭발테러사건이 국내에서도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시동을 거는 순간 자동차가 폭발하는 사건은 헐리우드영화나 홍콩느와르
에서는 고전적인 수법. 중동이나 유럽 홍콩등 테러가 빈번한 나라에선
차량과 목숨을 지키기위해 원격시동장치가 필수품으로 되어있을 정도.

자동차폭발장면으로 유명한 영화는 "대부". 마이클역의 알파치노가
미국을 벗어나 시실리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식을 올리고 승용차에
오르기 직전.경호원이 묘한 눈짓을 하며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친다.

행복한 표정의 신부가 시동을 거는 순간 폭발음과 함께 신혼의 단꿈은
산산조각나고 만다.

최근작으로는 "펠리칸 브리프"가 있다.

쫓기는 여대생 다비역의 줄리아 로버츠가 보는 앞에서 연인인 대학
교수가 술취한 상태로 시동을 걸고 곧이어 똑같은 폭발장면이 스크린을
붉게 물들인다.

키에누 리브스가 경찰로 나오는 "스피드"에서도 악당이 차에 폭약을
설치한다.

시속50마일이상으로 달리다가 속도가 줄어들면 자동폭발되도록 하는 것.
승용차가 아닌 버스라는 차이가 있을뿐 살인을 목적으로 한 차량테러라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실베스터 스텔론과 샤론 스톤이 열연한 "스페셜리스트"나 알 카포네의
실화를 다룬 "언터처블", "아비와 아기" "예스마담"등 홍콩액션물에도
자동차폭발사건은 무수히 등장한다.

문제는 이같은 스크린 속의 상황이 우리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영화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폭력이나 테러장면이 보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영화나 소설등 예술작품은 어디
까지나 있거나 있을 수 있는 현실을 담는 만큼 그 자체를 다루지말라는
주장은 곤란하다고 말한다.

외국작품의 수입억제도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것. 그보다는 청소년들이
픽션의 세계와 현실을 구분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갖도록 일찍부터 주위에서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