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원로작가전이 부활되고 있다.

미술계전체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면서 2~3년동안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작고.원로작가전이 올들어 곳곳에서 기획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열렸거나 열릴 원로및 작고작가전은 줄잡아 20여건.

한동안 화랑가에서 사라졌던 작고.원로작가전이 이처럼 다시 살아나는
것은 올해가 미술의해인 데다가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의 실시로
실물자산인 미술품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증대되리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하는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고작가전의 테이프를 끊은 전시회는 갤러리메이가 1월10~25일 워커힐
미술관과 함께 연 정영렬유작전. 정씨는 60년대 추상표현주의운동의
선구자중 한사람으로 이번에 재조명이 이뤄졌다.

이어서 갤러리서미는 3월2~15일 서양화가 이세득씨의 개인전을 열 계획.
출품작은 91년이후 제작한 근작들로 직경 2m안팎의 크고 둥근 캔버스
작업이 주종을 이룬다.

현대화랑은 3월 변종하, 4월 유영국, 5월 박수근, 6월 남관전등 그야말로
굵직한 전시회를 준비중이고, 하반기에는 백남준전을 박영덕화랑과 공동
개최한다.

박영덕화랑은 10월1~15일 윤명로전도 열 계획.

현대화랑은 올해가 화랑개관 25주년인 만큼 한국미술사에 큰획을 그은
작가들의 전시회를 개최, 작업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박수근전은 50주기, 남관전은 5주기 기념전으로 주목을 끈다.

또 변종하씨는 이번 개인전에서 병마와 싸우며 제작한 회화 도자 판화
조각등 다양한 장르이 작품 1백여점이상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주목을
끈다.

박여숙화랑은 9~10월께 초창기 한국미술운동의 핵심멤버였던 정창섭씨와
서양화가 하종현씨의 개인전을 기획했다.

예술의전당은 재미작가 김보현전(9월29일~10월20일), 호암갤러리는 4월
4일~5월14일 장욱진유작전과 11월1~30일 한국화가 천경자씨의 회고전을
각각 연다.

천경자전에는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1백여점이 출품된다.

천씨의 전시회는 특히 "미인도사건"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어서 일찍부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밖에 동숭.이목.동산방등 10여군데 화랑도 곧 작가를 선정, 금년중
원로및 작고작가전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많은 작고.원로작가전이 기획되고 있는데 대해 미술계에서는
"아직까지 경기회복의 전망이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여건상
올해는 탈불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술의해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완공, 광주비엔날레개최등 미술붐을
조성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는데다가 최근의 경제정책 또한 미술품
투자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젊은작가전 대신 비중있는 작고.원로작가전을 기획하도록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올해의 작고.원로작가전에는 한국화와 양화, 구상과 추상전이
망라돼 미술의해에 한국현대미술 2세대의 작업의 일단을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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