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석연극은 어렵다.

언뜻보아 알기힘든 굿판이나 대동놀이같은 형식을 빌어 시공간을
초월하기 일쑤인 까닭이다.

열린문화축제기획단은 젊은층과 기성세대가 함께 보는공연을 마련한다는
취지아래 극단목화의 "백마강 달밤에"(오태석작.연출)를 21일-2월5일
연대백주년기념관무대에 올리고 있다.

이 연극은 오태석씨가 관객과의 보다 쉬운 교감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
작품. 예술의전당 개관기념공연작으로 지난해 한.중.일 3개국이 펼친
"베세토 연극축제"에 참가,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무대는 충청도 어느마을의 무당집.이 마을 사람들은 매년 삼국시대때
황산벌에서 죽은 백제병사의 영령을 위로하는 대동제를 지냄으로써
평안을 기원해왔다.

대동제를 주재하던 노무당은 수양딸 순단에게 대를 잇게 하려는 즈음
순단의 전생이 바로 백제를 망하게한 귀신이라는 꿈을 꾼다.

이 일로 무당과 수양딸간에는 갈등이 움트고 순단은 한사코 자신의
전생을 부정한다.

결국 전생을 밝히고자 귀신을 찾아나선 순단은 중국고원에 외롭게
묻혀있던 의자왕을 만나 고국에 데려다줄 것을 약속하고 돌아와
대동제를 주관한다.

오태석연극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보인다.

가요 "백마강 달밤에"와 신나는 춤이 등장하는가 하면,극중인물 "구팔"의
심성착한 바보연기로 웃음을 선사한다.

그러나 가장 큰 매력은 모든 출연진의 잘 다듬어진 연기력이다.

순단역의 김남숙씨가 온몸을 통해 표출하는 역동적 에너지와 무당할멈역
의 정은표씨,박수역의 이상희씨가 보여주는 자유로운 긴장과 풀림의
전환연기가 일품이다.

또 연출가 오태석씨가 구서방역으로 직접 출연,배우와 호흡을 함께하며
관객의 직접적인 반응을 살핀다. (725)8285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