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출판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양상은 경제.경영서가 출판의 중요한 한
부문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신경영기법의 필요성을 절감함에 따라 각종 경영혁신이론서
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경제.경영서의 주도로 사회과학도서의 출판량이 작년에 비해 30%가량
증가했다는 출판문화협회의 자료가 이를 입증한다.

인기 또한 대단했다.

이 분야서적의 경우 1만권만 팔려도 베스트셀러로 간주되던 상황에 비춰
볼때 30만권이상 판매된 책이 두종이나 나왔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출판은 사회의 얼굴이다"라는 말을 다시한번 실감케한 한해였던 셈.

지난해말 출간된 "리엔지니어링과 기업혁명"(마이클 해머외 저 김영사
간)이 금년 상반기까지 30만부이상 판매되는 빅히트를 기록한데 힘입어
"생산시스템의 리엔지니어링"(한국경제신문사 간) "타임베이스경쟁"(그린비
간) "기업간부의 벤치마킹"(한국경제신문사 간) "21세기 물류패러다임"
(기술 간)등 외국의 첨단 경영이론을 소개하는 책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난 4월 출간된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습관"(김영사 간)
은 한동안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면서 현재까지 40만부 가까이 팔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경영서의 맹활약은 서점의 판매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서울의 한 대형서점에서 최근 집계한 바에 따르면 경제.경영서의 판매는
지난해에 비해 25%가량 증가해 전체 평균증가율의 4배를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해외저서를 번역한 것이어서 앞으로 이 분야의 국내
저자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경영서 출판이 이처럼 활성화된 반면 출판계 전체는 도서대여점의
확산등 갖가지 악재로 인해 그로기상태에 이를 만큼 고전을 면치 못한
한해였다.

하루 평균 5~10개의 체인점이 생겨날 정도로 급증한 도서대여점은 현재
줄잡아 6천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점수보다 많은 도서대여점의 등장으로 서점과 잡지.출판계의 매출액은
크게 떨어졌고 중소서점과 출판사에는 연속부도등의 "도미노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출판계와 대여점업계간의 팽팽한 명분대립과 실리
싸움은 뚜렷한 실마리를 못찾은 채 95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출판계의 숙원이던 출판문화단지의 부지가 경기도파주군에 42만평 규모로
확정된 것과 95년 서점개방에 대비해 30여개 중대형서점이 새로 문을 연
것은 올해 출판계의 대표적 뉴스.

"도서관및 독서진흥법"의 제정과 시행 또한 94년 출판계가 거둔 주요성과로
꼽힌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