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 서평위원회 선정
저자 : 마이클 노박

마이클 노박교수가 지은 "가톨릭윤리와 자본주의정신"(1994년 간)은 막스
베버의 유명한 "프로테스탄트윤리와 자본주의정신"(1904년 간)과 제목은
유사하지만 내용면에 있어서는 엄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저자는 우선 자본주의가 프로테스탄트윤리에 의해 생성.발전돼 왔다는
베버의 해묵은 이론을 반박하면서 그 주장의 비현실적인 허구성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는 자본주의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프로테스탄트가 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일본의 예를 들어 꼬집기도 한다.

이책에서 노박교수는 베버의 주장과 대비하여 그가 미처 다루지 못한
보편적 윤리로서 가톨릭윤리를 내세우는 가운데 이러한 윤리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의 성격 또한 규정하고 있다.

즉 자본주의제도는 인간의 창조력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창조주인 하나님의 모상대로 만들어진 인간 역시 창조적인 존재로 활동할
소명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또하나의 주제는 민주적 자본주의라는 체제이다.

이는 폭정과 고문으로부터의 해방, 가난으로부터의 해방, 양심과 정보및
사상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오는 체제이다.

또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며,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장기적 안정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
임을 역설하고 있다.

따라서 진정한 자본주의경제는 "민주적 자본주의"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가톨릭 학자들이 자본주의를 오랫동안 반대해온 사실을 소개하는
한편, 1891년 레오13세의 "노동헌장"회칙 반포 1백주년을 맞아 1991년 교황
요한 바오로3세가 발표한 "백주년"회칙을 논리전개의 근거로 삼고 있다.

"노동헌장"을 비롯한 여러 사회회칙들이 그동안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이책은 지난 1백년간 지녀온 교황들의 사회사상에 새
빛을 던져준 것일뿐 아니라 자본주의윤리의 새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마디로 가톨릭교회내에서 1백년간의 토론을 거친 끝에 베버의
프로테스탄트윤리보다 자본주의윤리에 대한 더 충분하고 만족스러운 대안이
이책을 통해 나오게 된 것이다.

이 윤리의 출현은 특히 사회주의체제가 무너진 동유럽과 해방신학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젊은 지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사상적 혼미를 극복하지 못한 채 전도된 가치관이 성행하는
천민자본주의를 건전한 자본주의체제로 발전시키는데 이책이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끝으로 "참으로 적절한 시기에, 참으로 중요한 책을 번역한다는 긍지를
느낀" 역자의 말에 공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사 간 470면 1만1천원)

김태봉 <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이사장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