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간의 불륜을 다룬 유명한 영화로 "페드라"와 "졸업"이 있다.

"페드라"는 프랑스극작가 라신느의 대표적 비극을 그리스의 미키스
테오드라키스가 현대화한 것으로 계모와 아들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국내에 개봉되지는 않았지만 안소니 퍼킨스가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F장조"를 배경으로 "페드라,페드라"를 절규하는 오리지날사운드트랙만은
아직도 영화음악프로의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이 영화로 안소니 퍼킨스는 "외디푸스컴플렉스"의 대명사가 됐고 멜리나
메르쿠니는 정계에 진출했다.

60년대 미국뉴시네마의 기수 마이크 니콜스가 감독한 "졸업"은 딸의
애인과 어머니의 불장난이 영화의 중심부를 차지한다.

딸의 애인을 끈적끈적하게 유혹하는 로빈슨여사의 테마곡 "미세스
로빈슨"은 90년대 젊은이들에게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굿바이 드런"으로 전세계를 눈물에 젖게 했던 루이 말감독의 "데미지"도
이 구도를 택하고 있다.

계모와 아들,딸의 애인과 어머니 대신에 "데미지"는 아들의 연인과
아버지와의 밀애를 다룬다.

장관이라는 사회적 지위와 화목한 가정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50대의
남자 스티븐 플레밍(제레미 아이언즈).

그는 한 공식모임에서 신문사 정치부기자인 아들 피터의 애인 안나 버튼
(줄리엣 비노쉬)를 만나면서 가슴에 망치질을 당하는 듯한 격정에
휩싸인다.

겉보기에는 그저 사랑스럽기만 한 20대여인 안나의 마음속에는 커다란
"데미지"의 흔적이 도사리고 있다.

어린시절 자신을 사랑했던 오빠가 자살한 이후 누구에도 종속되기를
거부하는 그녀의 심리가 그것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두 사람의 격렬한 애정행각이 전편에
걸쳐 펼쳐진다.

그러나 불륜의 끝은 파국뿐. 아버지와 약혼녀가 벌이는 정사장면을
목격한 아들은 그 충격으로 난간에서 떨어져 죽고 아버지는 세상을
등진다.

성공한 50대남자가 가질만한 마음의 상태를 잘 그려내고 있다.

고비고비마다 흘러나오는 첼로의 선율이 인상적이다. 연령과 성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영화다.

(17일 국도 코아아트홀 동숭아트센터 씨네하우스개봉)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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