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팬들의 가슴을 적실 서정물이 12월 비디오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마음속에 괜스레 찬바람이 부는 계절,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
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

"마이라이프" "앤지" "향혼녀" "책 읽어주는 여자" "자밀라"등이 바로
이같은 외화비디오들.

이 영화들은 보는 사람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한편으로 자신의 삶을
곰곰히 더듬어보게 하는 수작들이다.

"마이라이프"는 시한부인생 선고를 받은 가장이 죽음을 앞두고 삶을
슬기롭게 마감하는 과정을 "폭소"와 "최루"로 그린 영화.

30대 영화사홍보부장 밥은 어느날 의사로부터 "인생끝"판정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실의에 빠지기보다는 어여쁜 아내 게일이 5개월후면 출산할
아이를 위해 비디오를 만들어간다.

이 비디오에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알아야할 인생에 대한 갖가지 지침이
담겨진다.

모성애,부성애,그리고 부부애가 보는 이들을 훈훈하게 한다.

"사랑과 영혼"으로 아카데미각본상을 수상한 브루스 조엘 루빈이 이
영화로 감독에 데뷔했다.

"퍼시픽 하이츠" "배트맨"의 마이클 키튼과 빨간머리 호주미녀 니콜
키드만이 멋진 앙상블을 이루었다.

"앤지"는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고픈 한 여성의 자아찾기를 가슴
찡하게묘사한 작품.

뉴욕의 빈민가 브루클린에서 자라난 앤지는 어릴때부터 동네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3살때 어머니가 떠나버린뒤 이 영리하고 귀여운 소녀의 마음속에는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와 이상을 실현하려는 의지가자란다.

어느날 그녀는 아무도 말릴 수 없는 방황의 길로 접어든다.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자기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마사 쿨리지가
메가폰을 잡았다.

"델마와 루이스"애서 수잔 새런던과 호흡을 맞췄던 지나 데이비스의
개성있는 연기가 눈길을 끈다.

"오멘"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제리 골드스미스의 음악이 영화를
한껏 살려주고 있다.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금곰상"을 거머쥔 "향혼녀"는
중국 신세대감독 사비의 출세작.개방의 물결에 의해 변모되는 중국농촌의
명암을 한 시골여인의 이중생활을 통해 드러낸다.

술주정뱅이 남편과 사는 향이댁은 자신이 운영하는 참기름가게에 빈병을
대주는 젊은운전사와 바람을 피운다.

그런가하면 돈으로 가난한집 딸을 데려와 정박아인 아들과 억지로
짝을 지운다.

남자에게 버림받은 향이댁은 며느리에게 자신과 똑같은 굴레를 씌운
것을 후회하며 자신의 삶을 찾으라고 권유한다.

"책 읽어주는 여자"는 몬트리올영화제와 프랑스의 세자르상을 석권한
예술영화."책 읽어주기"라는 이색직업을 가진 여주인공 마리가 만나는
여러 유형의 인간들이 화면을 채워간다.

마리와 콘스타스의 1인2역을 훌륭히 소화해낸 프랑스의 톱여배우
미유미유의 상큼한 연기가 돋보인다. 미셀 드빌감독.

"인도차이나"의 린당 팜과 "아마데우스"의 머레이 아브라함이 주연한
"자밀라"는 장대한 히말라야고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징키스 아이토마토프가 쓴 원작소설은 유네스코에 의해 전세계소설
베스트10중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