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백제의 제철기술을 입증하는 대형제철로와 동아시아 최고의 것으로
추정되는 사철제련로가 국내 최초로 발굴됐다.

이번에 발굴된 제철로와 제련로는 그간 매장유적이나 주거유적이 아닌
경제활동의 흔적인 생산유적이라는 점에서 학계는 물론 산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국립청주박물관(관장 이영훈) 유적조사단은 10월5일부터 충북진천군
덕산면석장리 381번지를 발굴조사한 결과 고대국가 형성과정에서 중요한
경제적기반을 이룩한 철을 생산하던 제철로 4개와 웅덩이 2개등 제철단지
유적을 발굴했다고 15일 밝혔다.

3세기말에서 4세기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제철유적은 사철
제련로를 비롯 제련로, 원형로, 대형제철로와 웅덩이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대형제철로는 평면 세장방형의 상형로로 추정되며 노의 크기는 길이
250Cm, 너비 50Cm정도로서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제철로중 가장 크다.

현재 남아있는 노벽의 높이는 20Cm내외이다.

내벽은 안쪽으로 비스듬한 상태이며 위로부터 적색 황적색 회갈색 흑갈색의
순으로 열을 받은 정도에 따라 소토화된 색조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주변의 구덩이바닥에서는 철광석과 유출재 송풍관편 철제품 뼈 석회석
등도 수습됐다.

이 제철로는 형태상 일본의 고대제철로인 상형로의 조형으로 추정돼 백제의
제철기술이 일본으로 전해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동아시아지역에서 발굴된 것중 최고의 것으로 여겨지는 사철제련로는
현재 거의 파괴된 채 가로 40Cm, 세로 50Cm정도의 바닥부문만 남아있다.

이 유적은 초기백제의 대규모 철생산거점으로 판단돼 한국 고대제철사연구
에 획기적인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