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는 누구누구인가.

최근 미술계전반에서 근대미술에 대한 재조명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격월간미술전문지 "가나아트"(11.12월호)가 "한국근대미술을 다시 본다"라는
특집을 마련하면서 "오늘에 다시본 근대미술가11인"을 선정, 수록해 주목을
끌고 있다.

김윤수 이일 이구열 오광수 송미숙 홍선표 이성미 이태호씨등 근대미술사
학회회원및 평론가 기타전문가 39명을 대상으로 장르에 관계없이 대표적인
근대미술작가를 꼽도록 하는 설문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발표한 것.

한국미술사에서 근대란 1918년 서화협회 창립시부터 50년대초반 남북분단이
현실화된 때까지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시기 작가들의 활동은 우리미술사의 주요토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에대한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가나아트"의 이번 근대미술대표작가 11인 선정은 이같은 시점에서 근대
미술전반에 대한 재평가작업과 함께 이뤄진 것이어서 미술관계자는 물론
일반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근대미술작가 11인으로는 동양화 3, 서양화 7, 조각 1명이 선정됐다.

가장 많은표를 얻은 사람은 동양화의 대가 청전 이상범(1897-1971) 소정
변관식(1899-1976).

각각 30,29명으로부터 추천돼 1.2위를 기록, 근대미술의 핵은 역시 동양화
임을 입증했다.

서양화작가로는 박수근(1914-1965,추천인 27명) 김환기(1913-1974, 25명)
오지호(1905-1982, 23명) 이인성(1912-1950, 17명) 이중섭(1916-1956, 17명)
이쾌대(1913-1970년대, 17명) 고희동(1886-1965, 13명)등 7명이 꼽혔다.

조각부문에서는 우리나라최초의 근대조각가로 전통조각미와의 합일점을
추구한 김복진(1901-1940, 24명)이 선정됐다.

동양화부문의 이당 김은호(1892-1979, 13명)는 전통세밀채색화의 대가로
전통묘법을 통한 초상화를 계승했다는 점과 후진양성에 힘썼다는 점에서
많은 표를 얻었다.

청전과 소정은 일제시대때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조선말 진경산수화의
전통을 이어나갔다.

청전은 조선말기 정형화된 전통화법을 익혔으면서도 그 관념적타성에서
벗어나 한국적토속정취와 서정성이 밴 산촌풍경을 소재로 한 독보적회화
세계를 이루어냈다.

소정은 금강산을 비롯한 명승지에서 얻은 감동을 토대로 단순한 사생과는
또다른 차원의 실경산수화를 제작했다.

독특한 필법과 역동적인 구도등으로 한국산천이 갖는 풍부한 변화의 내면을
전형화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

박수근 오지호 이쾌대 이인성등은 서양화의 세계를 한국적감성에 담아낸
작가들.

단색조의 독특한 마티에르와 간결한 필선으로 한국적이미지의 형상화에
성공한 박수근은 꾸밈없고 강직한 한국인의 삶과 가치관을 양식화하여
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지호는 우리나라자연과 기후에 맞는 민족미술양식의 수립을 추구, 인상파
미술을 우리풍토에 적용하려 노력한 작가로 여겨진다.

이인성은 20,30년대 선전을 중심으로 "향토적서정주의" 양식을 심화시켜
한국적인 특징을 양식화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