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시각에서 부모의 이혼을 바라본 소설 2권이 동시에 출간돼
눈길을 끌고있다.

박구홍씨의 "어른들은 청어를 굽는다"(푸른숲간)와 아동도서전문기획팀
우리누리가 공동창작한 "어느날 갑자기"(그린비간)는 부모가 이혼함으로써
겪는 아이들의 심리적갈등을 그리고있다.

이혼문제는 우리문학속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거나 기껏해야 여성의
홀로서기를 주장하는 페미니즘소설의 곁가지정도로 묘사돼왔다.

그러나 페미니즘소설속에서 이혼은 가부장적인 가정내에서 소외당하는
아내의 입장을 지지하고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이혼하는게 낫다는
식으로 표현돼왔을뿐 이혼으로 생기는 자녀문제는 본격적인 주제로
떠오르지 못했다.

이에비해 "어른들은 청어를 굽는다""와 "어느날 갑자기"는 이혼가정의
자녀가 느끼는 감정을 아이의 시각을 통해 솔직하게 접근하고 있다.

박구홍씨가 펴낸 "어른들은 청어를 굽는다"는 9살짜리 남자아이가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재혼을 보면서 갖는 느낌과 생각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배우를 꿈꾸는 현동은 아버지 어머니도 사랑하지만 아버지의
애인 역시 "그녀"라고 부르며 따른다.

결국 현동의 부모는 이혼하고 아버지는 새애인과 재혼한다.

현동은 어머니와 함께 살며 자유롭게 아버지와 새어머니를 만나고
현동의 친어머니 역시 이혼한 남편은 물론 그의 새아내와도 부담없이
만난다.

"아빠는 엄마와 이혼을 한 주제임에도 가끔씩 만나 데이트를 한다.

때로는 그녀까지 함께 삼각데이트를 하니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소설은 이혼이라는 무거운 사안을 지나치게 가볍게
취급한 듯 보이지만 이혼을 "심각하고 피해야할 문제"로만 인식하는
사회통념을 깼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또 "상황에 따라 이혼은 있을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이혼한 부부가 친구로 지낼수도 있다는 관점까지 내비친다.

"이혼한 부모와 자녀의 세상보기"라는 부제가 붙은 "어느날 갑자기"는
가정의 해체로 인해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갖가지 상황을 다양한
주제의 꽁트로 만들어 묶었다.

이혼한 부모를 따라 헤어진 남매,의붓형제와 생길수 있는 문제,의붓아버지
에게 학대받는 아이,엄마와 새엄마 사이에서 갈등하는 소년등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생길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를 아이의 입장에서
정리했다.

한국여성개발원에 따르면 94년 현재 결혼 1백건당 이혼율은 12.7%에이른다
.

즉 9쌍의 부부중 1쌍은 백년해로하지 못하고 헤어진다.

2쌍 가운데 1쌍은 이혼하는 스웨덴이나 3~5쌍중 한쌍이 이혼한다는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아직 낮지만 이혼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사회현상으로 떠올랐다.

이에따라 부모와 자녀가 읽을수 있는 이혼가정의 자녀문제를 주제로
한 책은 점차 늘어날것으로 보인다.

< 권성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