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작가 윈스텀 그룸이 86년 쓴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포레스트
검프"는 이중적인 영화다.

코믹물의 감초격인 톰 행크스가 주연한 코믹영화면서도 올해 미국민이
뽑은 가장 슬픈 영화로 선정됐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어떤 점이 이같은 패러독스를 낳았을까?

아마도 그 해답은 지능지수 75라는 조금은 모자란 듯한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를 통해 50~70년대 미국의 모습을 풍자한 데서 찾을 수 있을 것같다.

영화는 검프가 옛애인의 집을 찾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중 벤치에
앉아 자신의 삶을 낯선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2시간에 걸친 검프의 회상에는 미국역사 30년의 갖가지 우여곡절이 들어
있다.

악명높은 인종차별조직인 KKK단의 지도자였던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
포레스트로 퍼스트네임을 얻은 검프는 주위의 놀림감이 되는 저능아다.

"지능지수가 낮다는 것은 단지 불편할 뿐"이라는 어머니의 격려로 검프는
정상인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된다.

고등학교에서 뛰어난 달리기솜씨를 인정받아 미식축구선수로 대학에도
가게 된다.

대학졸업후에는 월남전에 참전해 부대가 전멸하는 위기상황에서 중대장을
구해내 무공훈장까지 받는다.

야전병원에서 심심풀이로 탁구를 배운게 계기가 돼 미.중 수교의 가교가
되기도 한다.

전장에서 죽은 동료의 꿈을 쫓아 새우잡이에 뛰어들었다가 큰돈을 벌게
되고 동업자인 군상관 댄중위는 이돈으로 애플사 창립주가 된다.

포레스트의 일생에는 미국현대사의 쟁쟁한 뉴스메이커들이 관여한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춤은 다리가 불편해 뒤뚱거릴 수밖에 없었던 검프에게서
배운 것이며 존 레논의 히트곡 "이메진"(Imagine)의 가사는 검프가 TV대담
프로에서 한 발언을 차용한 것이다.

탁구영웅으로 닉슨을 접견하고 워터게이트호텔에 투숙한 검프의 신고가
발단이 돼 대통령은 목이 날라간다.

케네디형제를 포함해 이 사람들중에 명을 다한 사람은 없다.

이 영화는 지난 30년간 미국에서는 비정상적이라고 여겨진 사람이 오히려
제대로 산 것이 아닐까라는 물음을 제기하고 있는 듯보인다(15일 명보
피카디리 반포시네마 롯데월드 그랑프리 개봉).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