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제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다양한 국가의 번역극들이 새롭게
무대에올라 가을무대를 풍성하게 하고있다.

러시아 작품으로 국내 초연작인 "카테리나"를 비롯 재일교포 작가의
작품으로 86년 초연 당시 큰 호응을 얻었던 "뜨거운 바다" 스페인
희곡작품"환도와 리스"가 화제작들. 극단 나루는 10월1일부터 동숭동
강강술래 소극장에서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오스뜨롭스끼의 "카테리나"를
공연한다.

오스뜨롭스키(1823~1886)는 40여편의 희곡작품을 남긴 극작가로
당시 급변하는 러시아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인습을 추종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생활할것을 강조하는 주제의 희곡들을 주로 썼다.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 "카테리나"는 인간의 진실된 감정과 인습
사이에서갈등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1850년대의 러시아
시대상황을 보여주고있다.

소신없고 무기력한 남편과 개인의 삶보다 관습을 중요시하는 시어머니
사이에서 번민하던 여성이 보리스라는 진보적인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지나 죄의식을 못 이겨 자살한다는것이 줄거리. 백광수씨가 번역한
작품을 이재근씨가 연출한다.

6월 우리극연구소와 함께 "오레스테스-귀환"을 공연했던 극단 전설은
일본 기시다 희곡상을 수상한 재일교포작가이며 연출가인 쓰가 고헤이
(본명김붕웅)씨의 작품 "뜨거운 바다"를 무대에 올린다.

10월6일부터 학전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이연극은 86년 국내 초연
당시 전무송 최주봉 강태기 김지숙씨가 출연,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
이번에는 연극 "아가씨와 건달들"을 연출하고 영화 "어린연인"에서
조연출을 맡았던 김지운씨가 연출하고 김지숙씨와 이남희 이창직
도기륜 김문수씨등 극단전설 단원이 출연한다.

"뜨거운 바다"는 일본 경시청 형사 부장실을 배경으로 3명의 형사가
광기와 난장판에 가까운 게임과 장난을 벌이며 아다미 바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부터 자백을 받아내는 과정을 다루고있다.

터지는 웃음속에 문득문득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인간의
내면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쓰가 고헤이씨는 게이오대학 "극연"에서 연극을 시작해서 74년
당시 최연소 기시다 희곡상을 수상했도 81년 키노쿠니아 연극상,82년에는
영화 "가마따 행진곡"으로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각본상을 받았다.

85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자신의 작품 "아따미 살인사건"을 "뜨거운
바다"로 개작,자신의 연출로 고국 무대에 올렸다.

극단 예우는 스페인 희곡작가 F.아라발의 대표작 "환도와 리스"를 30일
부터 미리내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스페인 극작가 아라발은 자신의 불우한 환경과 신체적 열등감에서 오는
좌절감을 주로 꿈과 환상을 통해 표현했다.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환도와 리스"는 이상의 세계를 찾아 헤메는
두남녀가 고독과 절망속에서 난폭하고 원색적인 놀이를 시작하나
결국 놀이가 진행되가면서 서서히 죽어간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고있다.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과 "서울방자"오페라 "나비부인" "카르멘"등을
연출해온 김동중씨는 화도와 리스의 사랑을 천진난만한 시절의 소꼽놀이처
럼 풀어보려 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