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뉴욕을 배경으로한 영화 "순수의 시대"는 예절과 위선으로 가득찬
상류사회에 남는 댓가로 사랑하는 여인을 포기해야 했던 남자의 회한을
그리고 있다.

"택시드라이버" "케이프피어"의 감독 마틴 스콜세지가 만든 이영화는
퓰리쳐상을 받은 여류작가 에디스 훠튼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뉴욕 명문가인 아처가의 뉴랜드와 밍고트가의 메이가 결혼을 서두르고
있을때 유럽으로 시집갔던 메이의 사촌 엘렌이 남편의 바람기를 참지 못하고
뉴욕으로 돌아온다.

뉴랜드는 생생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엘렌에게 사랑을 느끼며 상류사회의
질식할것 같은 위선과 사치에 눈뜨기 시작한다.

그러나 뉴랜드는 가문의 명예와 계층내부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사교계의
꽃으로 자라난 어리고 순진한 메이와 결혼한다.

이룰수없는 사랑으로 고민하던 뉴랜드는 급기야 엘렌과 도망갈 것을 결심
하나 메이의 용의주도한 대응으로 엘렌은 유럽으로 떠나고 뉴랜드는 메이의
명예로운 남편으로 남는다.

이영화의 압권은 마지막 장면.

오랜 세월이 흘러 메이가 죽은후 아들과 엘렌의 집을 찾게된 뉴랜드는
아들만 올려보내고 자신은 거리 벤치에 앉아 엘렌의 창문을 바라본다.

젊은 시절 해가 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서있던 엘렌의 모습을 회상하며
엘렌집의 창문을 바라보던 뉴랜드는 잠시후 비둘기떼가 날아오르는 거리로
사라진다.

영화 사이사이 나오는 상류사회 모습을 묘사한 명화들, 철저한 고증을
거친무도회, 오페라 만찬장면, 틈틈히 흘러나오는 나레이터의 해설이 마치
책을 읽는듯한 감상에 젖게 한다.

무엇보다 이영화를 빛나게 하는 것은 절제된 정열과 사랑에 대한 묘사.

마차안에서 뉴랜드가 엘렌의 장갑단추를 살짝 열고 고개를 숙여 팔목을
애무하는 장면은 가슴을 파고든다.

(9월17일 동숭아트 코리아 신영 뤼미에르극장 개봉)

<권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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