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시장에서 액션, 코믹, 공포물이 주류를 이루던 여름철이 지나면서
작품성으로 승부를 거는 외화비디오들이 초가을을 장식하고 있다.

9월 신작비디오들중 "네이키드" "순수의 비행" "챨리 채플린" "하얀외침
검은태양" "최후의 전사" "햄스트리트의 6일간" "써가" "머나먼여정"등은
스토리전개와 영상미가 뛰어나 눈여겨 볼만한 작품들이다.

"바캉스 비디오"처럼 알록달록한 재미는 덜해도 은근히 곱씹어 볼만한
메시지들을 갖고 있는 영화들이 대부분이어서 작품을 선별해 감상하는데
익숙한 비디오팬들에게 제격이다.


"네이키드"는 중견감독 마이크 레이에게 93년 칸느영화제 감독상의 영예를
안겨다준 영국 영화.

음침한 런던의 한 뒷골목을 배경으로 다섯 젊은이의 엇갈린 행로를 통해
현대인의 대화단절과 소외를 다루고 있다.

옛애인을 찾아맨처스터를 떠나 도망치듯이 런던으로 온 쟈니역의 데이빗
둘리스에게는 칸느영화제 최우수 남우주연상이 돌아갔다.

"시네마 천국"의 제작자 프랑코 크리스탈디의 최후 유작이기도 한 "순수의
비행"도 눈길을 끈다.

무차별 총격에 의해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비극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이탈리아 소년의 도피 여정을 통해 거짓과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을 그리고
있다.

처절한 유혈의 드라마속에 역설적으로 부각되는 소년의 해맑은 웃음이
인상적이다.

영화음악의 귀재 엔리오 모리코네와 "불가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들려
주는 배경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고 있다.

이탈리아의 신예 카를로 카를레이는 감독 데뷔작인 이 영화가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 특별 선정작에 뽑히는 행운을 얻었다.

"간디"로 아카데미 최우수영화및 감독상을 받은 리차드 아텐보로의 "챨리
채플린"은 무엇보다 호화배역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고스트 바스터즈"의 댄 아이크로이드,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로 오스카를 거머줬던 캐빈 클라인, "커튼 클럽"의 다이안
래인, "양들의 침묵"의 안소니 홉킨스등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포진했다.

채플린이 자서전작가와 인터뷰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에는 다섯살짜리 채플린이 쇼공연도중 기진한 어머니를 대신해 무대
에서 관객을 사로잡으며 데뷔하는 모습, 50년대 매카시즘선풍속에서
공산주의자로 몰려 미국입국을 거부당하고 스위스에 정착한 그가 72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초대돼 20년만에 미국관객앞에 서는 장면들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다만 전체적인 구성이 다소 허술한 것이 옥의 티로 남는다.

"써가"와 "머나먼 여정"은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 괜찮은 작품들.

"써가"는 아프리카 족장의 아들과 사자의 우정을 그린 영화로 자연과
더불어 살자는 교훈이 우화적으로 담겨져 있다.

1950년에 출판된 르네 길로트의 "암사자 써가"를 아프리카 올 로케로 제작
했다.

"머나먼 여행"은 가족을 만나기 위해 온갖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는 세마리
애완 동물의 모험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가족영화.

이밖에 1930년대 폴란인들의 처참한 프랑스 이민사를 리얼리즘 기법으로
처리한 "하얀외침 검은태양", 전쟁으로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은 청춘남녀
의 방황을 통해 "상실의 시대"를 풍자해 보는 "햄스트리트의 6일간"등도
추석연휴가 낀 9월에 고를만한 수작들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