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에 가면 그림가격을 물어보기가 쑥스러웠는데 이곳에는 가격이
표시되어있어 미술품이 보다 친숙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평소같으면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봐야될 각화랑들의 내실있는 기획전을
한자리에서 볼수있어 좋지요"

18-28일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있는 한국화랑협회
(회장 권상릉)주최 "94화랑미술제"에 온 관람객들의 소감이다.

전국에서 모두 69개화랑이 참가,사상최대규모로 치러지고있는 이번행사에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들어 전례없는 성황을 이루고있다.

1백5명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전시돼있는 각화랑의 부스는 물론 주최측이
별도부스에 마련한 2백만원이하의"한집 한그림걸기소품전"코너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특별전"코너에는 작품을 감상하려는 관람객들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화랑협회측은 21일 하룻동안 1만2천명의 관람객이 다녀간것을 비롯 23일
현재 3만명에 육박하는 관람객입장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하고있다. 화랑과
작가,고객이 한자리에 모여 명실상부한 미술축제의 한마당을 펼치고있는
셈.

관람객의 폭발적인 증가는 일반인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고조
되고있음을 반증하고있는것으로 장기불황에 시달리고있는 미술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고있다.

또 화랑미술제참가작가들의 대부분이 30,40대로 젊고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이 크면서도 작품가격은 낮은 편이어서 이들에 대한 미술
애호가들의 선호도도 점차 높아지고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작품판매역시 지난해에 비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있는 편. 사석원씨의
작품을 내놓은 유나화랑이 22일까지 25점이 판매됐고 가나화랑 데미화랑
박여숙화랑 현화랑 서림화랑 동산방 학고재등 많은 화랑들이 이미 상당수
작품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미화랑의 장상열대표는 "관람객수에 비해서는 거래가 적은 편이지만
침체기임을 감안할때는 전반적으로 성과가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가격표시제는 관람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그간 공개되지않았던 미술품가격을 대규모로 오픈시킴으로써
일반의 미술품접근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화랑간, 화랑과 고객간의
가격정보교환을 통해 거래질서확립의 기틀이 마련되고 있는 것.

그림을 구입하러왔다는 회사원 박종석씨(38)는 "종전엔 그림이 마음에
들어 가격이 궁금해도"고가인 미술품"의 특성상 쑥스러운 마음이 들어
그냥 지나친 적도 많았다"면서 "이곳에 와보니 샐러리맨도 조금만
무리하면 좋은 작품을 살수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도화성군 팔탄면에서 동네친구3명과 함께 국교생자녀들을 데리고나온
김인옥씨(39)도 "아이들이 그림에 흥미를 갖고 신기해하는등 정서교육에도
상당히 좋은 것같다"고 밝히고 "탐나는 작품이 많아 가격이 더 싸다면
사고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18일 개막식과 함께 음악 무용 패션 미술등이 함께 어우러진
화려한 축제공연으로 시작된 이번행사는 20,21,26,27일오후4시 조덕현씨의
설치작품(높이 3.2m)앞에서 하피스트 강여진,플루티스트 노현정,첼리스트
백희진씨로 구성된 실내악단의 연주가 이어지고있어 행사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화랑협회의 권상릉회장은 "미술품의 대중화"는 작품을 싼값에 파는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보고 즐길수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미술시장이
지금껏 침체기를 면치못했지만 이번행사를 계기로 올가을부터는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미술인은 "화랑미술제는 미술대중화를 유도하는 국내유일의 미술
견본시장인 만큼 화랑들이 출품작가선정시 상업성에만 치우치지말고
장기적안목에서 가능성있는 작가를 선정,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