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소설의 시대가 다시 오는가.

최근 출판가에서는 재미와 지적 호기심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수준높은
해외소설이 잇달아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추리소설과 무협지등 대중소설에 밀려 사라진듯하던 해외유명작가들의
문학성높은 작품들이 속속 간행되고 있을뿐만 아니라 은근히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어 적잖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

존 스타인벡(미국)의 "통조림공장 마을" 크누트 함순(노르웨이)의 "굶주림"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페루)의 "궁둥이(원제.새엄마에 대한 찬가)" 브리기테
슈봐이거(오스트리아)의 "바다에 어떻게 소금이 들어있지" 올리브 앤 번스
(미국)의 "사랑보다 깊은 세상"등이 대표적인 작품들.

존 스타인벡은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

"통조림 공장 마을"(문학세계사간)은 어수룩하고 가난하지만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20세기 기계문명 도입 이전 미국인의
순수한 꿈을 다루고 있다.

크누트 함순은 1920년 "땅의 혜택"이란 작품으로 노벨상을 받은 노르웨이
작가.

1890년에 발표된 "굶주림"(도서출판 창간)은 함순의 작가적인 위치를
확고하게 해준 작품이다.

일정한 직업없이 신문사에 기사를 팔아 겨우겨우 먹고사는 주인공이 자존심
과 배고픔을 면하고자 하는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매년 노벨상후보에 오르는 남미의 대표작가.

90년에는 페루 대통령 선거에 야당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궁둥이"(열린세상간)는 88년작으로 성에 대한 내면적 충동과 도덕적
타락을 그리고 있다.

전처 소생의 어린 악마 알폰소가 관능적이고 아름다운 40세의 새엄마를
유혹해서 육체적 관계를 가진후 사실에 과장을 섞어 아버지에게 폭로,
새엄마를 쫓겨나게 한다는 줄거리.

성에 대한 주인공들의 은밀한 충동과 심리묘사가 소설 읽는 재미를
만끽하게 하는 작품이다.

오스트리아 여류작가 브리기테 슈봐이거의 "바다에 어떻게 소금이 들어
있지"(도서출판 또 하나의 문화간)는 전후 독일어문화권에서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이후 최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기록되는 작품.

좋은 집안에서 자란 여자가 수준맞는 집안의 모범적인 남자와 결혼하는
순간부터 대화없고 지루한 결혼생활에 지쳐 이혼하는 과정까지가 깔끔하게
그려져있다.

"사랑보다 깊은 세상"(미래사간)은 올리브 앤 번즈의 유일한 저서로
1906년 근대화의 물결이 막 스며들기 시작한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한 소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잔잔하게 소설을 채우고
있다.

이들 작품은 구성이 탄탄하고 심리및 상황묘사가 뛰어나 거친 호흡의
대중소설에 식상한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