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의 고백록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화가와 성악가 무용가 연극배우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삶과
예술을 수필집 혹은 소설 형식을 통해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일반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초 무용가 홍신자씨가 "자유를 위한 변명"(정신세계사 간)을 내놓아
주목을 끈데 이어 여름에는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제일미디어 간)를 출간,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가하면 또 미술쪽 작가들의 자전에세이와 자전소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는 세상을 훔치며 산다"(중광 저 기린원 간) "들개와 선임하사"
(최동열 저 디자인하우스 간) "그림에서 자라는 잡초"(이인하 저 여성
신문사 간) "뮌헨의 노란 민들레"(김영희 저 고려원 간) 등은 미술가들이
삶과 예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놓은 책들.

그런가하면 조각가 강대철씨의 "그대 몸짓속의 그대"(석필 간)와 화가
김순지씨의 "별을 쥐고 있는 여자"(예음 간)는 자전적성격이 강한 소설이다.

자기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이들 예술가는 책을 통해 오늘의
자신이 존재하기까지의 과정및 그속에서 겪은 고뇌와 갈등, 또 자기예술에
대한 열정을 가감없이 기술함으로써 관련분야 종사자는 물론 일반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자유를 위한 변명"은 전위무용가로 유명한 홍신자씨가 펴낸 에세이집.

원하는 삶을 찾아 헤매면서 겪었던 극심한 절망과 좌절, 그것을 극복했을
때의 환희등을 담아냄으로써 베스트셀러가 됐다.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내놓은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는 20대초반
첫사랑의 남자를 떠나 10여년만에 세계정상대열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깔끔한 필체로 담아내 조씨에게 "글도 잘쓴다"는 평을 안겼다.

"나는 세상을 훔치며 산다"는 파격적인 기행으로 널리 알려진 "걸레스님"
중광의 수필집.

어린시절에 대한 추억 수행과정 술철학 각종에피소드 세태풍자에 그림과
도자기등 작품을 곁들였다.

"그림에서 자라는 잡초"를 쓴 한국화가 이인하씨는 청전 이상범화백의
손녀로 홍익대동양화과를 졸업했다.

이씨는 이책에서 자신의 살아온 과정을 수채화처럼 담담한 필치로 풀어
놓았다.

원로서양화가 박고석씨의 "글 그림 박고석"은 대한민국 제일의 산그림
화가가 된 작가의 인생편력을 보여준다.

50~60년대 화단과 화우에 대한 단상을 통해 국내미술계의 지나간 궤적을
전한다.

재미서양화가 최동열씨의 에세이 "들개와 선임하사"와 한국화가 김순지씨의
실명소설 "별을 쥐고있는 여자"는 정규미술교육을 받지 않은채 독학 또는
만학으로 화가가 된 작가의 고백록.

"들개와 선임하사"를 쓴 최씨는 검정고시를 거쳐 15세때 외국어대
베트남어과에 입학한후 해병대에 입대, 월남전에 참전했다.

그후 도미, 공장노동자 바텐더등 밑바닥생활을 하다 지금의 부인인 엘디를
만나면서 그림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젊은날의 방황끝에 화가가 되기까지의 고단한 과정 예술에의 열정등을
흥미롭게 그렸다.

"별을 쥐고있는 여자"는 김씨가 국민학교교사에서 방송작가 뮤지컬배우를
거쳐 화가가된 자신의 얘기를 소재로 쓴 소설.

김씨는 이 소설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남편으로부터 매를 맞고 살았음을
고백, 충격을 던졌다.

예술가들의 이같은 고백록 출간붐은 예술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커지면서
예술가의 삶에 대한 일반의 궁금증 또한 증대된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예술가 자신들이 일반인에게 자기와 작품을 알리기 위해 책출간
이라는 방법을 동원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여겨진다.

출판관계자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자신의 인생을 상품화, 독자들을 현혹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