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사후 북한의 변화는 어디로 흐른 것일까.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과
같은 상황이라면 남한은 북한의 엄청난 실업자들을 수용해야 한다.
그런대로 북한체제가 발전되어 자연스런 통일을 기대해 보기도 한다.

그러려면 역사를 통해 사회주의를 배워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역사를
통해 너무나도 조금,그리고 아주 더디게 배워간다. 19세기 사상가들이
그리도 동경했던 협동사회 대신 20세기 역사는 시계추마냥 자본 아니면
공산이라는 극단을 오고갔다.

"소련제국 최후의 날들"이라는 부제에서 드러나듯 이 책(Lenin"s Tomb)은
스탈리니즘에서 레닌으로의 복귀를 시도한 페레스트로이카가 아예 궤도를
이탈하여 자본주의로 이행한 소련제국의 마지막날들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4년간 모스크바에서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로 근무했던 저자는 비록 긴
안목의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냉혹한 현실정치의 단면들을
생생한 삶속에서 그려내고 있다.

총5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제1부에서 구소련 체제하에서 억압받았던 많은
반체제인사들의 생활을 그들의 측근및 후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폭로하고
있다.

솔제니친은 구소련 체제의 책임을 레닌에게도 묻고 있다. 이때문에
고르바초프에 의해서도 솔제니친은 냉대받고 있었다.

2부에서는 페레스트로이카의 진행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917년
이후 레닌이 활용했던 매스컴을 고르바초프도 훌륭하게 활용하면서
공산당내부에서부터 개혁을 추진하던 활동들을 상술하고 있다.

3부에서는 구체제와 개혁파 시민의 충돌이 표면화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사하로프가 고르바초프에게 공산당과 구체제를 벗어나 진보적인
시민들과 함께 개혁을 서두를 것을 권유하고 고르바초프가 이를 거절하는
대화가 돋보인다.

이어 4부에서는 쿠데타과정을 통해 우유부단했던 고르바초프가 몰락하고
옐친이 부상하는 과정이 전개된다. 아직도 91년10월의 쿠데타를
고르바초프가 왜 사전에 봉쇄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은 계속 남는다.

물론 그는 사회주의자였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영웅이 아니라 세력균형을
조절하는 정치인이었다. 그렇지만 미국무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확연했던
쿠데타움직임을 그대로 방치했던 것이고 이후 기약없는 희망과 약속들을
되풀이하는 그에게서 러시아국민들은 등을 돌리고 만다.

5부에서는 옐친에 의해 소련공산당과 구체제가 해체되어가는 러시아의
정국을 살펴볼 수 있다. 지리노프스키를 중심으로 한 극우파는 93년12월
25%의 지지를 받으면서 훼손당한 소련국민들의 자존심을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 경제적인 실패로 인해 러시아는 파시스트정국으로 빠질 위험성이
다분하다. 옐친의 참모들도 이렇게 말한다. "조용한 개혁일 수는 없다.

강력한 힘이 필요하고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처럼 민주주의를 향한
개혁은 단지 위에서부터 내려오고 있을 뿐이며 또다른 형태의 독재체제로
빠질 위험이 다분하다"이러한 우려에도 75%의 모스크바시민들은 옐친의
비상대권이 필요했다고 한다.

김일성사후의 북한을 점쳐보려고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역사에 대해
더많은 의문이 떠오른다.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소련과 궤를
달리하는 북한과 중국, 그리고 지식인들이 말하는 참사회주의의 발전은
계속될 수 있는 것일까?

아직도 붉은 광장에 건재하고 있는 레닌의 무덤앞에 끊임없이 찾아드는
참배객들의 마음에는 무엇이 살아있는 것일까?

우리는 독재자와 추앙받는 카리스마를 혼동하는 것은 아닐까? 빵과
서커스만이 역사의 마지막 원동력일까?

이러한 의문에도 이 책은 그런대로 한가지 분명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세계이성이 역사에 개입하는 과정은 비이성적이고,그래서 사람들은 역사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거나 아니면 아주 조금 배운다. (94년
빈티지사간 5백88면 14달러)

김 성 환 <한국노동연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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