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시대의 생존전략을 추구하는 일은 매우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국제화시대의 상황논리에 동참하는 일은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거부할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우리와 같은 대외무역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중진국으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오늘날 국가간 경제행위가 자유로워지고 있는 과정에 있어서도 국가
이기주의는 여전하다. 그렇다면 무한경쟁에 뛰어들 준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초기산업사회의 과정을 겪고있는 국가들의 이익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책 "글로벌 드림"(Global Dreams)의 저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
경제의 통합과정이 기존의 정치.사회적 의미들을 해체시키고 있다고
단언한다.

그 주역은 소수 선진국의 거대기업들이다. 그들이 신생지구의 질서를 선도
하는 주체인 것이다. 결국 거대기업들의 그러한 힘은 최근 몇년사이에
세계정치의 중심세력을 영토에 얽매여 있는 각국 정부에서 거대기업으로
옮겨놓고 말았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모양이 완전히 바뀐 세계경제를 역시 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 책은 우리가 그러한 일을 시도
하는데 있어서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이 책은 세계를 기업지배의 메카니즘으로 이해하며 그 내용을 문화 소비
구조 생산구조 금융구조의 차원에서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그 4가지
요소를 본문에서 지구 문화시장, 지구 쇼핑센터, 지구 작업장, 지구
금융망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세계 전체를 망라하는 이 그물(저자의 표현)들이 이미 과거 어떤
제국도 달성한 적이 없는 "지구통합"을 이룩했다고 평가한다.

기업들은 국가가 생각할수 없는 차원의 성장을 통해 벌써 지역적.국가적
정치의 위력과 그 제도들을 초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은
구체적으로 세계 모든 국가, 모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본다.

한국의 현실만 해도 그렇다. 우리는 시티은행을 안방처럼 드나들고
맥도널드에 앉아 코카콜라를 마시며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듣는다. 필립
모리스의 말보로도 더이상 거부의 대상은 아니다. "내것 네것"의 경계가
급속한 속도로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도 이야기하듯이 거부감없는 이러한 변화로 인해 선진 거대기업들의
시장은 무한대로 커지고 있다. 그들은 자국에서 배척되는 많은 상품들을
개발도상국에 얼마든지 내다팔수 있다. 담배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제 그들의 위력은 해당국가의 문화 자체를 변질시키고도 남을 만큼
커진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러한 변화의 주체는 소비자들의 기호라기
보다 거대기업 자신인 것이다.

현실의 일들은 늘 이중적 의미를 지니게 마련이다. 일례로 고용의 문제만
해도 후진국 인력이 선진국의 기업에 취업하는 일은 단기적으로는 외화
벌이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자국내 인력구조의 빈곤을
초래한다.

따라서 외부의 힘에 대해 "방패"를 들이대야 할 우리들로서는 책의 제목
이 암시하듯 일련의 변화 자체를 "꿈의 실현"으로 착각할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 책의 저자는 외견상 이런 문제들에 대해 가치중립적이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대세를 인정하고 적응해 나가야 한다는 식의 가진
자의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서문에서 저자는 "지구시장의 전투에서
승리한 몇몇 기업을 고찰하고 현재 창출되고 있는 지구체제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펴냈노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꺼운 미국서적을 대하는 우리의 시각은 보다 신중할 필요
가 있다. 일개 기업의 필요에 의해 국가의 정책이 변하는 현실이 언제
부터인가 우리 사이에서 무슨 영웅담이라도 되는 것처럼 회자되곤 한다.

아무튼 이 책은 독자들이 세계경제를 좀더 심층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94년 사이몬 앤드 슈스터간 4백80면 25달러)

손 풍 삼 <국제사회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