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서평위원회 선정
저자 : 정진국


어떻게 하면 세계를 지배한다는 이 책(전2권) 제목의 어조속에는 상업주의
와 제국주의의 냄새가 난다.

그러나 제목과는 달리 이 "유럽예술기행"은 정말 문화와 예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책의 제목은 다소 도발적이지만 책의 내용은 격조가 있다. 이 책은 사진
작가요 미술평론가인 저자가 여러차례의 유럽여행, 특히 유럽 박물관
순례의 소감을 기록한 기행문적 성격을 지닌다.

이 책은 세가지 미덕을 지닌다. 첫째는 작가의 높은 사진솜씨가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이 책에는 작가가 현장에서 찍은 많은 사진들이 들어 있어 반쯤은 보는책
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그 사진들은 평범하고 상투적인 여행사진이 아니다.

그것들은 작가가 얼마나 섬세한 시선으로 사물과 풍물들을 보았는지를
짐작케 하며 또한 그 자체로서 탁월한 미학의 공간을 제공한다.

가령 "라 데팡스로 가는 샹젤리제"(2백38쪽)에서 거리벽화의 인물과
사진속의 인물이 절묘하게 일치하고 있음을 관찰할수 있으며 암스테르담의
"로킨 운하"사진(82쪽)은 한마리 오리가 만드는 운하의 부드러운 물결을
통하여 암스테르담의 "너그러움과 부드러움"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두번째 미덕은 작가의 글솜씨이다. 확실한 지식과 분명한 자기생각,
그리고 글에 대한 감각을 두루 갖춘 저자의 글솜씨는 이 책을 윤기있는
문화론으로 만들어 놓는다.

가령 아름답게 모자이크로 장식된 코르도바 모스크의 벽을 보고서는
"벽을 세우는 것이 공간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속살이
드러나도록 그 단면을 잘라내, 그 핏줄과 세포와 조직의 섬세함이 얼마나
수많은 색으로 가득찬 것인지를 보여 주고자 하는 것 같다"고 아름답게
표현한다.

물론 글솜씨는 그 내용과 함께 드러나는 것이다.

사실 이책의 가장 돋보이는 미덕은, 그것이 문화읽기의 주체성과 수준과
깊이를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다.

저자의 문화론은 경청할만한 대목이 많다. 고전미술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그러하고 미술의 여러 분야와 대중문화에까지 이르는 폭넓은
관심과 조예도 그러하지만, 그보다 더욱 돋보이는 것은 문화를 관찰하고
이해하는데 있어 보다 큰 인식의 테두리를 지니고 있음과 아울러 주체적
이고 인본적인 입장을 부드럽게 견지하고 있음이다.

가령 리트벨트디자인과 파시스트디자인의 차이를 제대로 집어낼 줄 알고
있으며 오르세미술관을 당당하게 비판하기도 하고 현대문화의 두 질서를
지적하면서 옛문화의 규격성과 정성스러움에 애착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은 기행문 형식으로 쉽게 씌어진 문화론이다. 우리가 이러한 예술
기행문을 가졌다는 것은 이제 참으로 유럽의 박물관 미술관들이 우리를
위해서도 존재하는 것이 되었음을 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민음사 간)

이남호 < 고려대교수.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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