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공간. 검은 철판상자에서 새어나오는 빛에 투영된 부서진
조각상들, 누워있는듯 굴러다니는듯 놓여져있는, 몸체로부터 떨어져
나온 두상들.

한때는 절대적신분,또는 종교적상징물이었으나 역사의 흐름속에서 평범한
물질로 변해버린 고대희랍의 조각상들과 한국의 불상들을 통하여 "인간
욕망의 한계"를 나타낸 서양화가 전수천씨(47)의 독특한 설치작품이다.

29일-7월9일 서울관훈동 가나화랑(733-4545)에서 개인전을 갖는전씨의
작품들은 그리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등지의 박물관 유적지등을 다니며
직접 찍은 필름을 사용한 것들이다.

"고대신상에서 저는 인간의 욕망을 보았습니다. 조각의 모습을 이용해서
인간이 개념화시킨 신의 한계,즉 인간이 가지고있는 욕망의 한계를 표현
해봤지요. 제가 표현하고자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근원성을 나타내는데
가장 적합한 재료가 필름인 것 같습니다"

전씨는 일본무사시노미술대와 와꼬대에서 유화와 예술학을 전공했으며
미국 뉴욕플랫인스티튜트대학원을 수료했다. 현재 미뉴욕과 일본도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씨는 지난89년 서울올림픽1주년기념행사에서
"한강수상드로잉전" "움직이는 문화열차"등을 기획했으며 지난해 열렸던
대전엑스포에서는 상징조형물인 "비상의 공간"을 발표했다.

출품작은 70점의 개별작품으로 구성된 대형설치작품 "사람의얼굴, 신의
얼굴" 등 "혹성"시리즈 20여점. 회화2점도 포함돼있다.

당대권력을 상징했던 조각들이 먼 훗날 파괴된채 나뒹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한계와 욕망의 덧없음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즉
생명은 영원하지 않고 욕망과 그 성취에도 한계가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

전씨는 "이미지를 보다 구체화하고 개념성을 강조하기위해서 자신이 만든
글과 보들리야르의 글을 화면속에 삽입했다"면서 "산업사회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정신적문제를 본질적으로 파헤쳐보려했다"고 밝혔다.

이번개인전에 참석키위해 뉴욕에서 잠시 귀국한 그는 그간 무중력상태에서
우주를 떠다니는 혹성의 존재를 인간의 정신적방황으로 개념화해 화단의
주목을 받아온 인물.

"앞으로도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는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전씨는
95년4월 일본도쿄의 피스리화랑에서 초대전을 가질 예정이다.

<글 신재섭기자/사진 정동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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