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부터 1950년대까지 잊혀져가는 우리의 고서들을 한데 모아 보여
주는 전시회가 마련된다.

한국고서협회(회장 여승구)주최로 23-28일 서울종로구공평동 공평아트센타
(733-9512)에서 열리는 "94서울고서전"이 화제의 행사.

13개고서업체가 참가하는 이번 전시회에는 불경 지도 잡지 의학서 문집
족보등 각부문에 걸쳐 모두 2천여권의 고서가 24개의 부스로 나뉘어
출품된다.

그간 고서상에 의한 소규모 고서경매전은 있어 왔으나 여러 고서상들이
모여 전국규모의 고서전시회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서의 발굴과
보급을 통해 침체돼 있는 고서업계의 활로를 열어보겠다는 것이 이번 행사의
취지.

최근들어 고미술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고서시장의
활성화에 기폭제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고서전에 출품될 대표적인 고서를 보면 돈황석굴에 보관됐던
"금광명최승왕경권제8", 목판본으로 재조및 초조대장경과 함께 일괄 입수한
"금광명경권제3"(12-13세기추정) "금광명경권제1"(13세기추정)등 불경을
비롯, 조선시대역대왕들의 치적을 기록한 "국조보감"(1909년최종판), 한자
교과서인 "훈몽자회"(최세진저,17세기추정,목판), "대원군서찬"등 다양하다.

이중 "금광명최승왕경권제8"은 국내에서 소장되고 있는 불경중 최고의
불경. 703년 의정(635-715년)이 당시 당나라황제의 모인 측천무후의 명을
받아 번역한 초고정초본을 법해가 정서한 완본이다.

신라출신의 승려 승장이 번역에 관여한 책으로 가격이 수억원대를 호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서업체인 고려미술전적연구소의 이량재씨가 지난해11월29일 소더비뉴욕
경매때 사들여온 것이다.

또 금속활자 경진자로 된 "주자대전"(16세기추정), 바가지활자 포활자로
된 "논어집주대전"(17세기추정), "율곡선생전집"(1924년발행), 조선시대
훈련도감자본인 "향약집성방"(17세기추정,세종명편) 등도 출품된다.

이밖에 영양남씨족보, 광주이씨족보등 각종족보외에 각종 잡지, 지도,
문집 등을 망라하고 있다.

한편 한국애서가클럽은 이번전시회의 기간중 특별기획행사로 "한국의
농서전"을 마련, 조선시대초부터 최근까지 나온 농서 5백17종을 선보인다.

우루과이라운드타결로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한민족의 원형사상이
무너지고 있는 위기상황에서 우리조상들의 슬기로운 역사속에서 우리문제들
의 해답을 풀수있는 지혜를 얻어보자는 것.

종합농서 특수농서 잠상 축산 수의 산림 식품요리 농정 문학 잡지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5백17권의 서적이 전시된다. 출품자는 여승구 김보영
오석근씨등 애서가클럽회원 9명.

전시품중 "농사직설"은 조선시대세종의 명에 의해 정초(?-1434년)가
편집한 책. 고려시대까지 의존됐던 중국농서에서 탈피, 우리농민들의
실제경작경험등을 조사, 주체적인 농법을 수록한 "최초의 한국농업의
교과서"이다.

또 농사직설, 금양잠록, 사시찬요등 기본적인 농법서를 모은 "농가집성"
(신속편,1678년발행), 농사기술의 전반을 담은 "산림경제"(홍만선), 한국
최초의 근대식농업교과서인 "농정신편"(2,3,4,안종수역편,1885년발행),
"농정최요"(정병하,1886년발행) 등도 전시된다.

이외에 "농가월녕가" "낙동강" "농민소설집" "감자"등 농업과 관련된
문학작품, 한국최초의 꽃과 원예재배에 관한 기술서인 "진산세고"
(부양화소록,강희맹등저,1653년발행)등 화훼서, "연변중초약병해충예방
퇴치"등 중국연변한글판농서까지 포함돼 있다.

한국고서협회의 여승구회장은 "유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고서시장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이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연례적으로
이행사를 개최하는 한편 ILAB(국제고서적상연맹)회원들이 참여하는 국제적
전시회로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