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미술계는 물론 일반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혜원 신윤복의
속화첩" 진위 논란은 결국 명쾌한 결론에 이르지 못한채 일단락됐다.

진위여부에 대한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혜원 속화첩에 대한 대토론회"
가 4일오후 서울종로구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 마련됐으나 기대됐던 토론회는
이뤄지지 않은채 진품임을 주장하는 측의 설명회로 끝났기 때문.

따라서 이번 "혜원 속화첩"에 대한 진위논쟁 역시 그간 국내에서 발생했던
여타 미술품 진위논쟁과 마찬가지로 확실한 결론 없이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매듭지어지게 됐다.

이날의 토론회는 고미술분야의 학자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국내최초의
공개감정 자리로 주목을 끌었으나 초청된 학자와 전문가 대부분이 불참,
이렇다할 결과를 내지 못함으로써 논쟁부재의 국내미술계 현실과 고미술품
감정의 한계만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 됐다.

"혜원 속화첩"을 소장하고 있는 인우회(회장 진이근)측의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모두 1백여명이 참석, 진행과정을 지켜봤다.

문화체육부 문화재제1분과위원회 위원인 정영호교수(한국교원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문화재전문위원인 허영환교수(성신여대)와 한국
화가인 송수남교수(홍익대미대,전홍대박물관장), 나정태씨(한국화가)가
나와 각자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지난해 7월 이 속화첩을 진품으로 감정했던 허교수는 "이작품을 처음
대했을때 소장자가 누군지 개의치않고 정직하게 감정했는데 진위여부문제에
휘말리게돼 괴롭다"고 심경을 피력한뒤 "전체적인 구도 화법 주제 지질
섬세한 필치나 세련미등 여러가지를 놓고볼때 혜원의 초기작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혜원의 풍속화첩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위작
이라는 일부의 이야기는 말도 안된다"며 단원 겸재등도 비슷한 구성의
작품을 그렸음을 슬라이드자료를 통해 설명했다.

그러나 위작설을 최초로 제기했던 나정태씨는 "인물의 시선이 주변구도와
맞지않고 벽돌도 자로 잰듯한 현대식벽돌로 그려져 있으며 원근법도 맞지
않는등 회화하는 사람으로서는 이해가 안될 정도의 구도로 되어있다"고
말하고 "혜원의 그림은 심원법이 주류를 이루는 반면 이작품들은 모두
평원법으로 그려져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송수남교수는 "35년간 한국화를 그려왔다. 세월에 따라 작품이
달라진다. 그림은 특정한 법을 고집하며 그리는것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재질, 선등 여러가지를 감안해볼때 혜원의 작품이 틀림없는 만큼 더이상
얘기할 필요를 못느낀다"고 덧붙였다.

이날의 토론회로 이번 "속화첩" 진위논쟁은 일단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정태씨가 "의심이 간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고 자신을
드러내기를 원치 않는 일부학자 또한 배경처리를 문제삼아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앙금은 남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인우회의 공창호고문은 이 "속화첩"의 출처에 대해 "1930년 문광서림
의 홍순명사장이 문인수씨의 소개로 일본의 광산업자한테 팔았던 것을
인우회가일본의 개인소장가로부터 일본학자를 통해 다시 들여온것"이라고
밝혔다.

<신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