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사찰)을 알고 찾아가면 역사가 보인다" 한국 불교사찰의 면모를
총망라한 "명찰순례"(전3권.대원사간)가 완간됐다.

이 책은 미술사학자인 최완수씨(52.간송미술관 연구실장)가 지난 88년
4월부터 승보종찰인 조계산 송광사를 시작으로 92년12월까지 5년간 국내
명찰 56곳을 직접 답사하면서 각 사찰의 유래와 역사, 소장문화재 등 모든
정보를 담아 이를 순례기 형식으로 엮은 것.

지난해 세밑에 출간된 "명찰순례" 1권에는 송광사를 비롯한 19개 사찰,
2월말에 나온 2권에는 청암사를 위시한 18개 사찰에 대한 순례기를 수록
했다.

이어 불화의 본산으로 유명한 수락산 흥국사를 비롯, 19개 사찰답사기를
수록한 3권이 최근 발간됨으로써 전3권이 마무리됐다.

"명찰순례"는 전국에 산재한 불교사찰을 다뤄 일반인에게는 자칫 난해하고
딱딱하게 비쳐질수 있다는 점때문에 여느 답사기처럼 쉽게 읽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각 사찰의 역사에서 특징까지 알기쉽게 정리하고 이야기하듯 풀어
쓴데다 독자들의 전통문화에 대한 지식 욕구가 맞아떨어져 1권출간이후
꾸준히 판매부수가 늘어나는 스테디셀러의 위치를 굳히고 있다.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년) 공식 전래된이래 1천6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불교는 이땅의 주요 이념으로 맥을 이어왔고 그런만큼 전국의 사찰은
문화재의 보고가 되었다.

특히 조선조때 탄압을 받으면서 심산오지에 있는 사찰들은 오히려 불교
본연의 청정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역사의 숨결을 간직해왔다.

저자는 "한국의 사찰에는 1천6백년간의 우리 문화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역사의 숨결을 일깨워줄 사전지식 없이는 찾아가도 보이지 않는다.

절을 찾는이들이 그곳에 배인 우리의 전통문화를 깨닫고 이해할수 있도록
설명할 필요를 느꼈다"고 이책의 출간동기를 밝히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3권에서는 흥국사를 비롯,국보57호인 철감선사탑과 국보급
시왕상(십왕상)이 있는 중조산의 쌍봉사, 석가삼존불좌상과 후불탱화가
봉안된 가지산의 석남사, 선강법회의 중심지인 백암산 백양사, 철조
비로자나불좌상(보물131호)을 보유한 무등산의 증심사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옛 백제 수도권지역을 관장하던 화엄종찬인 계룡산의 갑사,국보63호
철조 비로자나불좌상을 모신 화개산의 도피안사,백제시대 고찬로 남종선을
꽃피운 월출산의 무위사도 포함됐다.

이 책의 완간은 우선 국내 사찰의 연혁을 가장 확실하게 밝혀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전설이나 구전에 의거하지 않고 실제 자료인 비문과 문집등 옛 기록을
더듬어 정리했다. 또 이들 사찰이 깊이 소장한 유물들의 내력과 가치를
저자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소상히 알려주고 있다.

이와함께 각 사찰과 인연을 맺었던 스님들의 일대기와 교유관계, 역사적.
사상적 위치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충남 예산출신인 저자는 서울대사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66년부터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으로 우리 전통문화의 연구와 보전에 힘을
기울여왔다.

"불상연구" "겸재정선진경산수도" "그림과 글씨" "추사집"등의 저서와
"석가불정도설" 등 수많은 논문을 펴내 미술계와 역사학계에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명찰순례"를 완간하면서 "현실적인 벽때문에 금강산의 유점사 등
북쪽의 명찰을 두루 살펴보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면서 "그러나 사찰
순례로 불상에 관한 자료를 많이 확보해 "한국불상편" 출간작업에 본격
착수할수 있게돼 기쁘다"고 말했다.

<정규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