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백 여는 소리와 화장지 뽑는 소리만이 그렇게 크게 들릴줄은
몰랐어요."

지난 9일 대학로 하늘땅 소극장에서 첫 막을 올린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의 공연이 끝난 후 한 관객의 관람평이다.

이날 공연은 이 연극에 참여한 세 거장이 톡톡히 제 이름값을 하는
인상적인 무대였다. 소설가 박완서,30년 연기 경력의 국회의원 탤런트
강부자,"불좀 꺼주세요"의 연출가 강영걸.

이 세 사람의 합작품에 객석은 땀과 눈물로 답했다. 1백여석이 조금 넘는
좌석을 꽉 메운 후덥지근함이 땀을 흘리게 했고 "통곡의 벽"마저 울리는
참척 당한 어머니의 절규가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연극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93년 계간 "상상"지에 발표돼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박완서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것이다. 당시 한 문학
평론가는 이 작품을 가리켜 "70년 한국단편문학사상 가장 독보적인 작품
중의 하나"라는 극찬도 마다하지 않았다.

남편과 아들을 연이어 잃은 비극의 주인공 작가 박씨가 그 슬픔을 인간 삶
전체에 대한 통찰로 확대해 나가는과정을 전화대화라는 이색적인 매개를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이같은 박씨의 목소리를 배우 강씨는 원작에서의 단 한자의 가감도 없이
1시간 10분여에 걸쳐 모노드라마로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 간간히 흘러
나오는 극음악 전문가 임택수씨의 배경음악도 무대의 긴장감을 더해 준다.

강씨는 지난 1월 극단측으로부터 출연 교섭을 받자 마자 "연기생활 30년을
마무리하기에 너무나 충분한 작품"이라는 생각에 그자리에서 의사를 결정
했다고 한다.

한편 이번 공연은 매표가가 소극장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2만원
인데도 관객이 몰려들고 있어 연극계의 새 풍속도를 예고해 주고 있다.
당초 각격저항을 우려했다는 "하늘땅"기획실장 김백권씨는 "질이 높을때
값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고 한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7월10일까지 매주 토(4시,7시).일(3시,6시)
에만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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