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뮤지컬을 수출하자"척박한 국내의 뮤지컬 풍토를 감안,
외국의 우수한 공연기술진과 제휴해 세계무대 진출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수출 육성 품목은 뮤지컬 전문극단
"에이콤"이 95년 하반기 공연을 목표로 준비중인 "명성황후".
수출역군을 자처하고 나선 이들은 하나같이 초일류다. "아가씨와
건달들"의 윤호진씨가 총지휘를 맡고 당대의 작가 이문열씨가 그의
첫 희곡작품"여우사냥"으로 밑재료를 제공한다.

국제무대를 겨냥, 음악과 무대의상은 가공무역을 한다. 세계적인
인기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미셸 끌로드 쇤베르가 작곡을, "토니"상
2회 수상에빛나는 한국계 의상디자이너 윌라킴이 배우들의 옷을 책임
진다.

"에이콤"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부터
꾸준히 준비를 해왔었다. "캣츠"의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더불어 뮤지컬
음악의 귀재로 불리는 쇤베르를 지난해 3월 초청, "명성황후"의 작곡을
의뢰했다. 민비시해 사건이 주는 드라마틱한 요소에 크게 고무된 쇤베르는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쇤베르는 현재 한국음악과 민비사건에
대한자료를 바탕으로 작품구상의 기초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완성된 대본
"여우사냥"의 영역본이 도착하는 대로 본격적인 작곡에 착수할 예정이다.

극단 대표 윤호진(단국대교수)씨는 쇤베르가 "미스 사이공"에서 "동양의
5음계를 훌륭히 구사하는 것을 보고 우리 뮤지컬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그를 선택하게 됐다"고 한다.

무대의상을 맡게 될 윌라 킴은 "세련된 여인" "윌리 로저스"로 두
차례에 걸쳐 연극의 오스카 "토니"상을 거머쥔 브로드웨이의 정상급
의상 디자이너.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그녀는 고국에 대한 사랑으로 선뜻 제의를 수락
했다고. 내년초 내한해 구체적인 실무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여기에다 최근 이문열씨가 "여우사냥"을 탈고함으로써 뮤지컬 "명성황후"
는 무대를 향한 팔부능선을 넘게 됐다. "여우사냥"은 윤호진씨의 권유로
애초부터 "명성황후"의 대본으로 씌여진 작품이다.

"여우사냥"이라는 제목은 비극적인 명성황후 민비 시해사건을 저지른
일본 낭인들의 이사건에 대한 암호명이다.

이 작품은 기존의 역사해석과는 좀 색다른 관점에서 구한말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명성황후를 단순한 권력지향의 여성에서 탈피시켜
"홀로 강한 외적과 맞서다 불꽃 속에 사라진 조선의 잔다르크"로 부각
시키고 있다. 또 고종, 대원군, 심지어는 민비를 무자비하게 시해한
일본 낭인들 조차도 나름대로한 시대를 최선을 다해 살아간 인물들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내용 전반을 리드미컬한 노래가사로 엮어 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캣츠"의 내한 공연이 무방비 상태에서의 공연시장 개방
이라는 문제를 야기하는 상황에서 "에이콤"의 이같은 시도는 호의적인
반을을 얻어내고 있다.

연극 평론가 김윤철(예술종합학교 연극원교수)씨는 "기술제휴를 통해
외국의 앞선 노하우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 작곡가가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얼마나 한국성을 담보해 줄 수 있느냐에 있다.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
에서 지속적으로 확인 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며 국적 있는 작품을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에이콤"은 "명성황후"의 성공적 공연을 위한 예비작업의 일환으로
뮤지컬의 마이다스라 불리는 캐머론 매킨토시와 합작으로 "미스 사이공"
을 내년 1월 무대에 올릴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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